자크 메스린. 그는 한 시대를 휩쓸었던 갱스터다. 알제리에서 전역한 뒤 유럽과 북미를 넘나들며 강도, 탈옥, 납치를 일삼았고, 1979년 자신이 태어났던 곳 근처에서 수십발의 총을 맞고 죽었다. 그의 인생 여정이 궁금하다면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메스린의 <살의 본능>과 인터뷰를 읽어보면 된다. 하지만 자료를 뒤져도 구할 수 없는 답이 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질문이 영화의 핵심이다.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은 사뭇 진지하고 꼼꼼한 전기영화다. 2부까지 합치면 장장 4시간에 이르는 영화는 두꺼운 평전과 같은 풍성함을 지니고 있다. 이는 사실적 재현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다. 심지어 감독은 가능한 한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촬영지로 헌팅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나오는 자막처럼 “모든 영화는 허구를 포함하며 저마다 달리 바라보는 한 인간의 복잡한 삶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다”. 영화의 재현의 한계에 대한 자의식은 특히 기교적인 오프닝 크레딧 시퀀스에 잘 담겨 있다.
장르적 쾌감에는 다소 무심하다. 액션영화의 통쾌함이나 스릴러영화의 긴장감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악독한 범죄자이자 선동적인 혁명가였으며 절절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했던 어느 마초의 인생. 거기에 친절한 기승전결의 플롯은 없다. 사건들은 한 줄기로 모아진다기보다 어지럽게 흩어진다. 심리묘사도 마찬가지다. 제작자, 감독, 뱅상 카셀 모두 메스린의 복잡하고 분열적인 내면을 그대로 살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뱅상 카셀의 연기는 민첩하면서도 생기발랄하다. 콧수염과 턱수염을 가리지 않는 그의 변장술도 신통방통하다. “1부보다 더 어지러운 영화”라는 2부까지 궁금해지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