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용필(양정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엉망이 된 몸으로 제주도에 나타났다. 뽕똘(이경준)은 즉시 용필에게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조른다. 처음엔 냉담하게 굴던 용필도, 뽕똘이 자신의 손가락에 맞게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온 피크에 마음이 녹는다. 술만 먹으면 아무 데서나 누워 자는 하르방(문석범)은 유수암 점빵 할머니(오영순)와 티격태격하는 게 하루 일과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춤을 추고 싶은 댄서 김(김대영)은 가출을 꿈꾼다.
“젊을 땐 예술한다고 별의별 짓을 다 하더니….” 점빵 할머니는 가게 벽에 대고 오줌을 누는 하르방에 빗자루를 휘두르며 소리지른다. 저 말 뒤에 생략된 문장은 아마도 이런 것이었을 터다. 지금은 왜 그렇게 못나게 사냐, 너의 높은 꿈은 다 어디로 갔냐. 음악의 꿈을 버려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며 헛헛하게 산책하던 용필도 귀찮은 뽕똘에게 내뱉는다. “노래 배워서 뭐할 건데?” ‘귀신이 데려가버려야 할 바보 같은 녀석’이라는 뜻의 제주말, ‘귓것’이라 불리는 네 남자에게 영화는 질문한다. 예술해서 뭐할 건데? 결국 그렇게 되어버릴 거야?
오멸 감독의 <어이그, 저 귓것>은 예술을 통해 누추한 현실을 잊고 싶어 하고, 도피하고 싶어 하고 궁극적으로는 넘어서려 하는 욕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혼자서는 소용이 없다. 보기만 하면 ‘귓것’이라고 욕하는 누군가라도 곁에 있다면 노래는 노동을 넘어서 하나의 삶의 양식이 될 수 있다. 점빵 할머니가 외상을 안 해주니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길가의 산딸기를 따먹는 하르방처럼 산딸기와 막걸리로 일용할 양식을 삼는 삶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