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예술한다고 별의별 짓을 다 하더니….” 점빵 할머니는 가게 벽에 대고 오줌을 누는 하르방에 빗자루를 휘두르며 소리지른다. 저 말 뒤에 생략된 문장은 아마도 이런 것이었을 터다. 지금은 왜 그렇게 못나게 사냐, 너의 높은 꿈은 다 어디로 갔냐. 음악의 꿈을 버려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며 헛헛하게 산책하던 용필도 귀찮은 뽕똘에게 내뱉는다. “노래 배워서 뭐할 건데?” ‘귀신이 데려가버려야 할 바보 같은 녀석’이라는 뜻의 제주말, ‘귓것’이라 불리는 네 남자에게 영화는 질문한다. 예술해서 뭐할 건데? 결국 그렇게 되어버릴 거야?
오멸 감독의 <어이그, 저 귓것>은 예술을 통해 누추한 현실을 잊고 싶어 하고, 도피하고 싶어 하고 궁극적으로는 넘어서려 하는 욕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혼자서는 소용이 없다. 보기만 하면 ‘귓것’이라고 욕하는 누군가라도 곁에 있다면 노래는 노동을 넘어서 하나의 삶의 양식이 될 수 있다. 점빵 할머니가 외상을 안 해주니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길가의 산딸기를 따먹는 하르방처럼 산딸기와 막걸리로 일용할 양식을 삼는 삶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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