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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놀이가 되고 놀이가 삶이 되는 순간을 그린 <뽕똘>
김용언 2011-08-24

<뽕똘>은 <어이그, 저 귓것>과 느슨하게 이어진다. 음악에 미쳤던 사내 뽕똘은 이번엔 아무 밑천도 없이 <낚시영화>(이후 <전설의 물고기>로 제목이 변경된다)를 찍겠다고 덤비고, 음악에서만 삶의 위안을 찾던 용필(양정원)은 엉겁결에 총제작자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우연히 오디션에 응모한 서울 사내 성필(김민혁)은 주연배우를 꿰차고, 유일한 여자스탭 춘자(조은)는 자신의 역할이 물고기 돗돔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표한다.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예로부터 한국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라를 구했다는 물고기 돗돔을 영화에서 되살려내고 싶다. 돈도 없고 기술력도 없지만, 믹스커피 한잔과 슬랩스틱 몸개그와 얼떨결에 따라붙은 친구들만 데리고도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아무 무리가 없다.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 라는 강박 없이 <뽕똘>은 영화가 놀이가 되고 놀이가 삶이 되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전설의 물고기 돗돔은 배고픈 스탭들의 맛있는 안주가 되고, 돗돔과 아무 상관없는 ‘산방산 덕이 전설’은 장편 속 단편처럼 길게 삽입된다. 급기야 ‘산방산 덕이 전설’에서 산적으로 등장했던 성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산방산 덕이 전설’을 찍었던 그 장소에 멈춰 “여기 한번 와본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린다. 전설은 잊혀지는 게 아니라 기시감의 대상으로 오래오래 현실에 머물게 된다. 영화의 힘이다.

영화의 마지막, 천장도 뻥 뚫린 다 무너져가는 사무실 건물의 대문 구실을 하던 장롱이 쓰러진다. 이걸 ‘무너져내렸다’라고 해석할지, 혹은 ‘문이 열렸다’라고 해석할지는 관객 각자의 몫이다.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 무비꼴라쥬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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