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해왔다. 영화 자체가 광학과 기계, 전기 기술의 발전에서 기인했으니 필연적이기도 하다. 영화라는 예술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은 두 가지 기술을 꼽으라면 그건 사운드와 컬러의 도입이다. 1920년대 중반 스튜디오들이 유성영화 시스템을 개발한 건 극장주들을 위해서였다. 당시 극장들은 영화 상영시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두고 있었는데 유성 시스템 덕분에 그들을 해고할 수 있게 됐다. 그 때문에 초반기 유성영화는 그저 음악만 담고 있었다. 이후 최초로 배우들의 대사를 담은 <재즈싱어>(1927)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서 스튜디오들은 너도나도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193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컬러 또한 관객을 유혹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됐다. 당시 컬러는 흑백영화 사이에 간간이 삽입돼 관객에게 볼거리 정도의 기능을 했다. 그러다가 최초의 메이저 컬러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나와 당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3D라는 기술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950년대 그야말로 볼거리 차원에서 도입됐던 이 기술은 <아바타>를 통해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금 세계영화계의 최고 핫이슈가 됐다. 3D는 볼거리로 가득한 이 시대에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문제는 <아바타>를 제외하곤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게다가 <아바타> 또한 치명적인 내러티브의 구멍이 있지 않았나. 아직까지의 3D영화는 시나리오가 문제였다고, 좋은 스토리만 있으면 3D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3D영화의 제작방식이 기존 영화와 상이하다는 데 있다. 3D 효과를 고양하기 위해서는 제작과정에서 갖가지 제약을 감수해야 하며 3D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장면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연 이런 제작방식이 좋은 시나리오와 결합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물론 기술은 발전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3D영화도 보다 쉽게 만들게 될지 모른다.
3D가 기술적 문제점을 극복한다 해도 궁금증은 남는다. 3D가 영화미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말이다. 사운드가 도입되면서 멜로드라마, 심리극 등이 가능해졌고 컬러가 도입되면서 색과 광선을 이용한 다양한 묘사가 이뤄졌지만, 과연 3D는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게 할까. 3D 옹호자는 “생생한 리얼리티”라고 답하겠지만, 나는 3D가 추구하는 ‘리얼리티’가 과장이며 진정한 리얼리티는 드라마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차라리 3D는 ‘체험형 영화’를 위한 과도적 시스템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것을 4D라 부르건 5D라 부르건, 미래의 관객은 극장을 걸어다니면서 영화를 ‘체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도 우리는 이것을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3D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전통적 의미의 영화는 자본의 욕망에 충실한 ‘엔터테인먼트’에 자리를 내주고 퇴장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