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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요소와 결합된 톰 행크스식 휴먼드라마 <로맨틱 크라운>
송경원 2011-08-17

U-Mart 이달의 직원에 8번이나 선정된 성실남 래리 크라운(톰 행크스 분)은 대졸자가 아니란 이유로 어느 날 해고를 당한다. 이혼 위자료 때문에 집 대출금 내기도 벅찬 형편의 래리는 다시는 이런 불공정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커뮤니티칼리지에 입학해 새 삶을 위한 변화를 시작한다. 승합차 대신 스쿠터를 타고 경제학과 화법 수업을 듣는 래리의 변화된 일상으로 찾아온 사랑스런 젊은 친구 탈리아(구구 음바타 로)와 까칠한 교수 메르세데스(줄리아 로버츠). 인생의 위기 앞에 찾아온 행복한 변화가 시작된다.

제목만 보고 흔한 로맨틱코미디일 거라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로맨틱 크라운>은 평범한 중년 남자가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고 얻은 두 번째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원제가 <래리 크라운>인 이 영화는 톰 행크스가 열연했던 <포레스트 검프>나 톰 크루즈의 <제리 맥과이어>를 닮았다.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에 쓴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인물의 삶을 통해 시대를 투영하거나 인물의 성장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적인 것’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는 것이다. <로맨틱 크라운>은 양쪽을 모두 시도하고 부분적으로 성공한다. 이제는 할리우드에서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휴먼드라마지만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는 여전히 그 가치를 신봉하고 대변한다. <댓 씽 유두>(1996) 이후 14년 만에 감독을 맡아 연출한 <로맨틱 크라운>은 실제로 20대에 커뮤니티칼리지를 다니기도 했던 톰 행크스 자신의 자전적인 면이 상당 부분 녹아 있다. 그는 아무도 선뜻 제작하려 하지 않은 이 낙천적이고 해맑은 이야기를 직접 쓰고 기획에서 감독, 주연까지 1인4역을 해내며 완성해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현실과 타협하는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야심은 래리 크라운이 뿜어내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일정 부분 희석되고 만다.

<로맨틱 크라운>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우울함을 날려주는 위안 같은 영화다. 해고에, 이혼에, 파산이라는 심각한 위기에도 래리 크라운은 좌절하는 법을 모른다. 남들은 그렇게 어려워하는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 것에 전혀 망설임없는 이 낙천주의 아저씨는 어떤 면에서는 하나밖에 모르던 바보 포레스트 검프와 닮았다. 영화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반영한 세밀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맞은 인간이 응당 겪어야 할 분노와 망설임이 생략된 탓에 비현실적인 도피성 오락, 깊이의 부족이란 지적을 피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웃집 아저씨 같은 톰 행크스의 편안함과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상큼하고 귀여운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그같은 지적은 무의미해 보인다. 현실의 앙금 같은 행복감이 묵직하게 남지는 않지만 적어도 보는 동안은 충분히 흠뻑 젖을 수 있다. <스타트렉>의 배우 조지 타케이가 경영학 교수로 등장한 다음 스타트렉을 흉내내는 학생을 보여주는 등 곳곳에 깔아놓은 유머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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