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극이 응당 그렇듯이 <카우보이 & 에이리언> 또한 정체불명의 남자가 어느 마을로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이 마을은 전직 군인인 달러하이드(해리슨 포드)의 치하에 있는 ‘압솔루션’이다. 기억을 잃어 “아는 거라고는 영어뿐”이고 팔에는 요상한 팔찌를 찬데다, 배에는 이상한 상처를 입은 남자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달러하이드의 망나니 아들 퍼시(폴 다노)를 때려눕힌다. 이 일로 남자를 주목한 보안관은 그가 방화, 강탈, 살인을 일삼은 죄로 수배 중인 제이크 로너건(대니얼 크레이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안관은 퍼시와 제이크를 연방보안관에게 넘기려 하고, 달러하이드는 일당을 데리고 아들을 구하러 달려온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섬광이 일더니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나타나 퍼시와 보안관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을 납치한다. 외할아버지를 찾으려는 소년 에밋(노아 링어), 아내를 구하고픈 남자 도크(샘 록웰), 그리고 신비의 여인 엘라(올리비아 와일드) 등이 합세하면서 7명의 카우보이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황야를 달린다.
감독인 존 파브로는 “이 영화에서 <에이리언2>와 <황야의 7인> 같은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7명의 중심인물들을 통해 서부극의 대표 에피소드들을 뿌려놓는다. 인물들은 다양하지만 한줄로 요약하면 사내가 진정으로 사내다워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이 외계인들과 전쟁을 벌이는 부분에서 <에이리언2>를 연상하는 건 무리다. 존 파브로는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적과 대결하는 과정을 주목하라고 했지만 실상은 직접적으로 몸과 몸이 부딪히며 싸우는 게 전부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이 직접적으로 끌어들인 외계인 침공영화는 <디스트릭트9>으로 보인다. 외계인의 크리처가 닮았을 뿐 아니라 밝은 대낮을 배경으로 싸우는 모습도 흡사하고, <디스트릭트9>의 카메라 시점숏을 등장인물 중 하나인 소년 에밋의 망원경 시점숏으로 변형해 활용하는 센스도 눈에 띈다. 카우보이들과 인디언들이 한데 뭉쳐 팀을 이룬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극중 외계인이 영토확장주의를 내세운 19세기의 미국인과 서부극에서 납치와 방화의 원흉이었던 인디언을 결합시킨 캐릭터인 덕에 가능했을 설정일 것이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장르적 요소와 에피소드들을 (깊지는 않아도) 최대한 다양하게 나열한다. 하지만 서부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호감을 얻던 영화는 오히려 마지막의 대규모 전투에서 힘을 잃는 현대 블록버스터영화들의 실수를 반복한다(존 파브로는 이미 <아이언맨2>에서 같은 실수를 했다). 추억의 장르에 심취한 이들의 아기자기한 상상이 낳은 결과물 정도라고 할까. 상당히 과격한 장르적 시도였지만 그에 걸맞은 멋진 한방은 발견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