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오기가 지나치면 똘기가 되는구나. 4대강 공사로 홍수 피해가 줄었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안 하는 건 비민주적이라니.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앞다투어 내놓는 주의주장을 듣자니, ‘스머프들은 파란 칠을 한 공산당들’이라던 옛 이야기가 떠오르네.
또 한분 계신다. 인사청문 보고서도 채택 안되고 임명장도 받지 않은 검찰총장이 출근을 해 업무 보고를 받고 국립현충원 참배까지 했다. 대통령 결재가 떨어졌으므로 출근해도 된다는 건데, 그럼 대체 인사청문회는 왜… 한 거지? 일찌감치 ‘오기’를 넘어 다음 정신상태로 진입하신 대통령의 승인 아래 그는 검찰 조직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내세우려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런 유형의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회사형 인간이다. 공휴일인 광복절에도 출근해 업무 보고를 받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걸 보니, 검사들이 딱해 보일 정도이다. 자기는 위장전입을 할 만큼 “딸을 아끼”면서 직원들은 휴일에 집에서 딸을 좀 아끼면 안되는 거니? 물론 일관된 정신을 자랑한다. 자기는 위장전입을 했지만 다른 위장전입자들은 법대로 처리하겠다던 답변처럼, 한마디로 ‘나는 예외다’라는.
일관되려 해도 당최 일관되기 힘든 정책들을 쏟아내놓고 수습을 못해 두나라당, 세나라당 소리를 듣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전면 무상보육 방안은 원론적으로 잘못된 게 아니다(무상급식은 반대하면서 무상보육을 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은 부적절한 듯하다. 우리가 이 당을 너무 제정신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 지난 4·27 지방선거 참패 뒤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내년부터 부모 소득수준 상관없이 만 5살 보육·교육비 지원” 발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첫 단추를 졸속으로 꿰다보니 그 뒤로 줄줄이 아귀가 안 맞아서 유감이지만.
중구난방일지라도 이런 얘기들이 등장하는 건 그리 나쁘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비 지출 비율이 9%(OECD 회원국 평균은 23%대)인 가운데, “재정건전성 악화는 복지 포퓰리즘 탓”이라고 주장하는 대통령 치하에 살고 있으니까. 이러다 부자 감세와 과도한 토목비 지출 덕분에 재정건전성이 그나마 덜 악화된다는 ‘똘기 충만’한 멘트까지 듣는 거 아닐까. 더 겁나는 것은 미국 재정 위기를 초래한 부채 급증이 전임(!) 부시 정권 8년간의 무분별한 감세와 국방비 증액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으~~~ 납량 특집이 따로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