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경쟁부문 출품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Mansheia(죽은 자들의 도시)>가 손꼽힌다. 개막작이었고 만든 사람은 윤주영씨다. 그녀는 실은 영화전공을 한 적이 없다.“영상물”을 만든 것도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원래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현대미술로 관심이 옮겨가다 보니 사진도 하고 당연히 영상물까지 만들게 됐다고. 첫 번째 영상물은 “이집트 여행 중에 방문했던 카이로의 물물교환 시장 칸카릴리에서의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작품의 배경 역시 ‘죽음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 이집트의 만세이야다. “공동묘지의 터이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만세이야를 처음 방문했을 때 굉장히 매력적인 장면들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아랍어로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고 써서 들고 다녔는데 아무에게도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때 우연히 영어를 할 줄 아는 한 자매를 만났는데 그들의 도움을 받았고 또 친해졌다. 2년 뒤에 다시 거기에 갔고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는 그 자매에 관한 작품이 됐다.”
20대 중반을 이제 막 넘겼지만 윤주영씨는 벌써 남미, 인도, 티베트 등을 골고루 돌아다녔다. 여행을 작업으로 이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이집트 외에도 그녀의 관심을 이끄는 장소들은 또 있다. “개인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가 브라질의 슬럼가로 유명한 파벨라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해변가에서 그림 파는 친구들과 친해져 그들을 따라 그곳을 갔었는데 그 때 봤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바깥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른 곳이다.”
윤주영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작품을 영화라고 부르지 않고 영상물이라고 칭했다. 자신을 영화감독이 아니라 미술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작품을 어떤 매체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대미술에서는 아무래도 표현하고 싶은 것에 따라 매체를 정하는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든, 영상물이든, 작가든, 감독이든 윤주영씨만의 작품세계가 담기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