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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비극은 그림자처럼 도처에

<그을린 사랑>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영화 <그을린 사랑>에는 라디오헤드의 <You And Whose Army?>와 <Like Spinning Plates>가 흐른다. 앞의 곡은 영화 도입부부터 주요 테마가 되고 두 번째 곡은 짧게 등장한다. 모두 2001년 앨범 ≪Amnesiac≫에 실렸는데, 몽롱하고 탐미적인 사운드에 은유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You And Whose Army?>는 이라크에 군사적 개입을 독려하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곡이었다. 사실 보컬리스트 톰 요크는 수차례 토니 블레어를 공격했는데 2006년 레바논 사태 당시 침묵하던 그를 “조지 부시와 루퍼트 머독의 절친”이라고 비난하며 “집무실에서 내던지고 불신임투표를 하자”고 선동했다.

영화에 삽입된 곡은 그래서 영리하다.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원작은 연극)의 그리스 비극 같은 구성을 라디오헤드(혹은 톰 요크)의 정치적 입장과 연관시킨다. 그런데 영화의 테마를 ‘위대한 사랑’ 정도로 해석하는 건 번역된 제목에 속는 일일지 모른다(원제는 ‘Incendies’로 ‘화염, 전란’이란 뜻). 엔딩 타이틀에는 ‘우리 할머니들을 위하여’라는 자막이 나온다. 요컨대 개인의 삶이 역사다. 그녀의 몸이 곧 전쟁터다. 비극은 도처에 있다. 베이루트든 서울이든 이때 우리에게 총을 겨누는 자는 과연 누구의 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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