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전설처럼 떠돌던 그의 희귀작이 뉴질랜드에서 발견됐다. “사라진 히치콕의 작품을 뉴질랜드에서 찾다”란 제목으로 보도된 <가디언> 기사에 따르면 발견된 작품은 히치콕의 초기작 <하얀 그림자>로, 뉴질랜드영화보관소가 23년간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얀 그림자>는 1923년 히치콕이 영화감독 데뷔를 앞두고 만든 프로젝트 작품이다. 시나리오, 예술감독, 편집, 디자인 등 제작 전 범위에 히치콕이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성영화이자 멜로드라마인 <하얀 그림자>의 주인공은 베티 콤슨이 맡았다. 그녀는 선과 악,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 쌍둥이 자매 역을 맡아 1인2역을 소화했다. <하얀 그림자>는 그가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고 영화는 무한의 가능성을 품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중간에 필름이 소실돼 <하얀 그림자>는 실체없는 전설이 되어 그 모습을 감췄었다.
23년 만에 히치콕의 사라진 작품이 세상에 얼굴을 비칠 수 있었던 것은 뉴질랜드국립영화보관재단과 뉴질랜드영화보관소의 공이 컸다. 그들은 미확인 미국영화들 사이에서 작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엉뚱하게도 뉴질랜드영화보관소의 영사기사인 잭 머탁의 취미가 히치콕의 작품을 무사히 찾을 수 있었던 데 가장 도움을 줬다고 한다. <하얀 그림자>는 본래 잭 머탁이 소유하고 있었다. 수집광답게 여러 물품을 사모으던 머탁이 우연히 히치콕의 작품을 소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망한 뒤 손자 토니 오스본이 잭 머탁의 소장품을 보관소에 보내면서 뉴질랜드영화보관소에 히치콕의 작품이 들어오게 된 것. <하얀 그림자>는 총 6개의 릴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번에 발견된 영화는 아쉽게도 3개의 릴뿐이다. 영화의 절반만 찾은 셈이지만 확인 결과 어떠한 사본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희소성은 더 크다. 영화비평가 데이비드 스테릿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히치콕의 시각적 아이디어나 스토리 구성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무더운 여름밤, 히치콕의 팬들에겐 그 어떤 뉴스보다 흥분되는 소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