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동네를 비웠는데, 2년은 지난 것 같다. 상가의 몇몇 가게는 간판을 바꿔달았고(떳다방식 금은방과 ○○전화국을 자임하는 통신사 대리점이 부동산과 채소가게 자리에 입점했다), 서울로 오가는 주요 도로에는 침수피해 복구에 동원된 군인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실제 서민들은 들어와 살지도 못할 대단위 아파트를 짓는 일에 찬성한 시장을 소환하자는 주민투표 발의 서명도 한창이었다(타당성과 수요조사에 기반하지 않고 이 지역 분양대금으로 저 지역 건설대금을 충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돌려막기식 막개발의 진수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수도권 사업 발표였던지라, 성사된다면 여러 의미를 지닌 투표가 될 것 같다). 콘크리트와 인공조형물로 도시의 겉치장에 매진한 참혹한 결과를 마주한 가운데 서울시장님은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발의해 ‘시장주의’의 진면목을 과시하셨다. 역시 ‘두근두근 내 나라’다.
지난 뉴스를 훑어보다 접한 대통령 말씀이 압권이다. 연이은 집중호우로 정신없던 날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회에서 “나를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세계는 모두 다 그렇게 인정하고 있지만 솔직히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침수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말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교육·과학 정책에 투자한 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닦달이었다. 아, 녹색, 너 참 고생이 많다. 그래도 세계가 인정한다잖아(이 ‘아버지 운운’은 정확히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행사에 온 OECD 사무총장이 행사 주제와 주최쪽에 대한 예의상 한 말씀이었다). 수해 때문에 휴가를 취소할까 고민하셨다는 대통령은 내수 진작을 위해 휴가를 권장한 마당인데다 다른 공직자들까지 휴가를 못 갈까봐 떠나셨다고 한다. 나름 ‘개념휴가’다. 그분 재임기간 가장 잘한 일은 휴가를 가신 거라는 얘기도 있으니.
휴가철, 제주 강정마을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일대 풍광도 보고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애먹는 주민들에게 힘도 보태는 일이라고 하는데, 못 간 이들은 이 마을에서 담근 전복젓, 소라젓 등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단다. 노동시간 세계 최장에 음주량은 세계 최고인, 그리하여 “온 국민이 신경쇠약 걸리기 직전”인 쉼없는 이 나라에 지금 필요한 것은 녹색성장이 아니라 적절한 휴식(과 휴가일!)을 동반한 녹색성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