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항설백물어>는 일단 괴담집으로 보인다. ‘항설백물어’란 제목은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100가지 이야기란 뜻. 이마에 돌멩이가 정통으로 박혀 죽는 이상한 사건, 목을 두번이나 베어도 다시 산다는 불사신 악인, 가는 곳마다 화재가 자꾸 발생한다는 팜므파탈 등이 나온다. 하지만 교고쿠 나쓰히코가 쓴 만큼 그냥 괴담은 아니다. 요괴나 혼령, 저주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알고보니 범죄였더라, 라는 얘기. 그것도 배신과 음모, 권력 다툼이 도사린 아주 인간적인 사건. 여러 지방을 떠돌며 괴담을 채집하는 부잣집 도련님 모모스케는 일이 생길 때마다 마타이치 무리에게 달려간다. 출신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음험한 모사꾼 마타이치, 한때 해적이었다는 악당 노인 고헤이, 수상한 미녀 인형사 오긴. 이들은 “어둠에 몸을 담근 채” 살아가는 ‘다크’한 인물들인 까닭에 괴담의 속사정을 아주 잘 안다. 전편을 본 독자라면 익숙하리라. 뻔뻔한 악당 같지만 정의롭기도 하고 과거는 베일에 싸여 있어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교고쿠 나쓰히코식 탐정들이다.
일곱 가지 괴담은 독립적이면서도, 앞선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다음 이야기의 등장인물과 이어지고 또 마타이치 무리의 과거와도 얽히면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사신 혹은 시치닌미시키’ 에피소드가 그것인데, 시치닌미시키란 미쳐서 양민을 학살하는 영주를 죽이고 효수형을 받은 일곱 백성의 저주를 뜻한다. 어느 마을에서 무차별적으로 살인이 벌어지고 모두 시치닌미시키의 저주로 여겨지는 상황. 물론 그 배후엔 인간이 있었다. 상황이 꽤 어둡고 끔찍하다. 애초에 피해자였고 상처를 감당하지 못해 뒤틀린 심리의 가해자가 되어버린 인간의 서글픈 운명이 낱낱이 파헤쳐진다. 권력자에 도전해 악의 무리를 일망타진하는 마타이치네의 활약을 속시원하게 느끼지 못할 정도. 당연하지만 유머나 실없는 만담이 쫙 빠졌다. 비슷하게 어둡고 질척한 계열로는 마타이치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괴담 러브 스토리 <웃는 이에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