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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온라인 유통, 더 투명하게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1-08-02

영화저작권 보호지침 마련 촉구하는 ‘영화 온라인 유통 정상화를 위한 영화인 선언’ 열려

7월 27일 '영화 온라인 유통 정상화를 위한 영화인 선언'이 열렸다.

영화 온라인 불법 유통, 이번에는 끝내자. 지난 7월27일, 영화인들이 광화문에 모여 ‘영화 온라인 유통 정상화를 위한 영화인 선언’ 행사를 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를 비롯해 한국영상산업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08개 업체와 단체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영화인들은 “웹하드 등 특수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사이트에서의 무차별적인 영화 불법 유통을 근절하는 것이 영화예술을 지키는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영화 저작권과 관련된 영화인들의 행동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제작자, 감독, 배우들이 모여 관객에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기도 했고, 웹하드 업체들에 상생의 회유를 하는 한편, 필터링과 합법 다운로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공정한 영화 온라인 유통을 위해 애쓰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부터다. 영화인들이 굳이 폭우를 뚫으면서까지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부가시장 붕괴, 웹하드 업체의 불법 운영 심각

영화인들은 선언문에서 웹하드 등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영화 불법 유통과 의도적인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 일부 합법 콘텐츠에 대한 매출 누락을 즉시 중단할 것과 영화의 정상적이고 투명한 유통을 위해 ‘온라인 유통 정상화를 위한 영화저작권 보호지침’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 지침을 따르지 않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 대해서는 영화계 공동으로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화인들이 모여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은 물론 부가시장 붕괴의 지표다. 영진위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한국영화산업의 규모는 극장 매출과 부가시장을 포함해 1조2315억원 수준이지만 2004년 1조5034억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영진위는 “영화 매출 구조에서 홈비디오, TV, 온라인 서비스 등 극장 외 매출은 2009년 12%였는데, 이중에서 온라인 서비스의 매출 비중은 단 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부가시장의 붕괴가 선언의 궁극적인 배경이라면 직접적인 배경은 최근 검찰에 적발된 웹하드 업체들의 불법적인 운영행태인 듯 보인다. 지난 7월17일 검찰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웹하드 업체 소유주와 ‘바지사장’ 등 6명을 기소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주중 밤이나 새벽, 주말 등 감시기능이 취약한 시간대에 이용자가 불법 저작물을 내려받도록 필터링 시스템에서 금칙어 설정을 해제하거나 게시가 금지된 콘텐츠의 업로드를 허용했다. 5만원 이상 현금결제를 한 이용자에게는 금칙어 설정을 전면 해제해주거나, 문화체육관광부의 불법 저작물 감시용 컴퓨터 IP주소와 감시 요원의 아이디를 알아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행태도 확인됐다. 웹하드 이용자의 대부분이 저렴한 콘텐츠를 찾는 만큼 회원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다운로드 수를 늘려 수익을 증대시키려는 꼼수다. 지난해 말, 독립영화 불법 다운로드 현황 조사에서 5명의 인력을 4주간 투입해 50편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3곳의 웹하드에서 무려 2만4800건의 불법파일이 채증된 것도 이러한 운영행태 때문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제휴 계약을 통해 제공받은 합법 콘텐츠에 대해 다운로드 수를 고의로 누락시켜 이익을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회원들에게는 3500원 내지 2천원의 합법적인 가격에 판매한 뒤, 결제 시스템에서 기록을 누락시켜 저작권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챙긴 것이다. 씨네21i의 조시연 부장은 “이전에는 웹하드 업체가 저작권법 위반을 방조한 혐의밖에 없었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방조뿐만 아니라 불법 콘텐츠 업로드에 공조하고 사기까지 저지른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8월11일부터 웹하드 등록제 시행

이번 행사에서 영진위의 고정민 부위원장은 “지난 4월29일, 국회를 통과한 웹하드 등록제의 시행이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웹하드 등록제는 웹하드나 P2P 업체가 방송통신위원회의 등록을 거쳐 설립되도록 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신고만 하면 웹하드 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지만 등록제 시행 이후에는 저작권법 104조에 명시된 기술적 보호 조치(콘텐츠 필터링) 시행 계획과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적·물적 기반 구비, 재무건전성 확보 증거 자료, 사업계획서 등을 통해 방통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등록을 통과한 이후에도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물게 돼 있고, 3회 이상 과태료를 문 업체는 3진 아웃제를 통해 등록이 취소된다. 영화인들은 실효성있는 저작권 보호 시스템을 위해서는 웹하드 등록제에 ‘온라인 유통 정상화를 위한 영화저작권 보호지침’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진위가 TF팀 운영을 통해 마련한 이 보호지침에는 영진위를 통한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영화 콘텐츠의 복제와 전송, 다운로드에 관한 기록인 로그데이터의 최소 2년 보관, 기술 우회에 대한 제재,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보전 등의 조치가 담겨 있다.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불법 콘텐츠의 유통 이후에야 DNA를 찾아 필터링을 할 수 있는 기존의 시스템을 보완하려는 노력이다. 영화 개봉 전부터 영화 DNA가 확보된다면, 극장 상영 중 캠코더 촬영본으로 불법 유통되거나 DVD 제작단계에서 유출된 콘텐츠들도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영화인들은 아예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을 때, DNA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식도 강조하고 있다. 보호지침 가운데 로그데이터 보관은 그동안 웹하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추정으로 산출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규모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도다. 로그데이터를 보관하면 불법 콘텐츠와 합법 콘텐츠 모두 몇건이 업로드됐고, 다운로드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과 형사고발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태블릿PC 등 신규 장치에서의 불법 유통도 막아야

이날 모인 영화인들은 온라인 유통의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휴 콘텐츠의 경우에도 수익정산 내역이 불투명해 소비자가 정상적으로 지불한 금액마저도 권리자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도 극장처럼 영화 통합전산망 가입을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복제 및 유통을 통해 부당이익을 보고 있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형사적인 처벌 절차에서 오히려 권리자에게 침해의 입장이 강요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극히 일부의 영화 콘텐츠에 대해서만 제휴계약을 맺은 뒤 대부분의 영화 콘텐츠에 대해서는 불법 유통을 하는 지능적인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인들은 이 밖에도 저작권 교육 강화와 공공기관에서의 저작권 침해 근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신규 디바이스에서의 불법 유통 대책 마련 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영화진흥위는 웹하드 등록제와 영화 저작권 보호지침의 시행준비를 통해 2012년 3월 기점으로 영화 온라인 유통을 전면 정상화한다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인디플러그의 김정석 대표는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법 적용의 한계가 있겠지만 최근에 나온 저작권 보호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이 전면 정상화될 경우, 약 6800억원의 수익이 보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손에 없지만 노력하면 찾을 수 있는 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