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만 타도 좌석마다 번호를 매기고 혼자 주사위를 굴리며 게임을 만드는 게임광 모노. 그가 일주일 만에 만든 ‘헬로, 모노레일’은 다섯 캐릭터가 기차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서로를 속고 속이고 추격하는 보드 게임으로 대박을 쳤다. 그런데 모노의 동업자이자 친구인 고우창의 아버지 고갑수가 게임 회사 돈을 들고 튀어버렸다. 모노와 고우창, 고우창의 여동생 고우인은 고갑수가 도망갔으리라 짐작되는 유럽으로 달려간다. 로마, 베니스, 쾰른, 런던… 이들은 약간의 단서만을 가지고 유럽 도시를 떠돌며 동료를 만나고 미션에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한다. “누군가가 주사위를 던지고, 자신은 던져진 주사위의 숫자만큼 이동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모험의 여정. 이렇게 이야기는 이야기 속 게임과 하나된다.
모노는 쓰레기 치우는 일까지 게임으로 정하는 게임광 부모 밑에서 자랐다. 한쪽 귀가 안 들려 친구들에게 놀림받았지만 “모노스러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다 ‘헬로, 모노레일’이 탄생했다. 고우인도 비슷하다. 얼굴의 흉터 때문에 남들과 눈을 맞추는 대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동네의 장소들을 쳐다보던 그녀는 어느새 동네 전문가가 되었다. 분식집 간판과 메뉴를 독특하게 제작하고 헬스클럽 전단지에 “90일만 달려요, 저울이 변신해요” 같은 묘한 카피를 썼다. 소설은 모노의 게임, 고우인의 디자인과 닮았다. 일상을 관찰하고 상상해서 정성껏 만든 디테일들의 집적. 이야기 뼈대보다 그 뼈대에 붙은 살들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특히 실없는 농담같이 유쾌한 디테일들이 반짝인다. 고우창의 엄마 이수진이 낸 ‘엄마머리’ 미용실은 오십대 주부들이 싸게 이용하는 미용실 체인점으로 ‘학부형 모임 머리 세팅’, ‘부부동반 모임 세팅’ 등의 메뉴가 있다. 또 고갑수는 “‘지구에너지환경시스템공학과’라는 그 이름과 의미를 외우는 것만으로 한 학기를 소비해버리고 말 것 같은 학과”에 다닌 이력의 소유자다. 읽다보면 땅에서 5cm쯤 떠오르는 기분이 드는, 바캉스에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