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기획,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영화다. 여기서 함께 본다는 건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감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각자의 눈높이에서 즐기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므로 어른도 보호자가 아니라 관객의 자리에서 집중할 수 있다. 좁은 양계장에 갇혀 매일 기계처럼 알을 낳아야 하는 암탉이 마당을 동경하다가 마침내 마당으로 진출하는 모험담이자, 자신과 다른 종족인 암탉 품에서 자란 청둥오리의 특별한 성장담이기도 한 <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한국의 생태와 정서가 녹아 있다. 우선은 ‘암탉’이라는 주인공이 친근하다. 서양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펭귄, 사자, 곰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암탉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이다. 암탉, 청둥오리, 수달, 족제비, 청개구리 등을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 식물이 우리 토양에 서식하는 생명들이다. 외양만 빌려온 것이 아니라 이들의 습성이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어 한편의 훌륭한 자연도감 역할을 한다.
암탉 잎싹(문소리)은 천신만고로 양계장을 탈출하지만 마당 식구들에게 냉대받고 숲으로 내쫓긴다.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 다른 현실에 실망한 잎싹 앞에 매서운 족제비까지 나타나 목숨을 위협하는데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가 그녀를 구해준다. 나그네는 한쪽 날개를 다치고 아내마저 잃은 채 혼자 알을 지키고 있는 외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잎싹은 그의 알을 품어주는데 안타깝게도 새끼 초록(유승호)이 알에서 깰 무렵 나그네는 족제비와 싸우다 희생된다. 초록을 위해 늪으로 이주한 잎싹은 정성껏 아이를 돌보지만 초록은 점차 커갈수록 엄마와 다른 자신의 모습에 갈등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무리를 그리워한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초록은 비행의 세계에 눈을 뜨고 잎싹은 더이상 초록에게 해줄 것이 없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바야흐로 철새가 돌아오는 계절이 오고 초록은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무리와 조우한다.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등의 연기자들이 목소리 녹음을 했고, 요즘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유가 주제가를 부른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가 원작이다. 박철민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수달은 동화에는 없는 캐릭터로 영화에서 웃음을 주는 감초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식 3D애니메이션이 아니라 2D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마치 한폭의 한국화 같은 화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포늪을 수차례 답사하고 무수한 컷의 배경 그림을 일일이 연필로 드로잉해 레이아웃 작업을 한 결과다. 또한 국내 최초로 미리 녹음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통해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잎싹의 모성애가 감동적으로 그려졌지만 영화가 밝고 명랑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성의 본질이나 자연의 냉혹한 원리를 진지하게 질문하고 묘사한다. 아이들에게 달콤한 이야기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피엔딩만이 아니라 때론 비극도 아이들을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