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6월17일생, 한국 나이로 벌써 76살, 안온한 은퇴 생활을 즐겨도 좋을 나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진보적 이념의 아이콘과도 같은 영국 감독 켄 로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여전한 단짝 동료 폴 래버티의 각본으로 신작 코미디 <천사의 몫> 촬영도 마친 상태다. 이 정력적인 거장의 만 75번째 생일에 맞춰 영국영화연구소(BFI)는 오는 9월 대대적인 전작전을 준비 중이다. 이번 전작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42년 만에 공개되는 켄 로치의 55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1969년, 아동권익보호 NGO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단체 설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켄 로치에게 아동 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의뢰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런던 <위크엔드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예정이었다. 촬영은 크리스 멘지스(<미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가, 프로듀서는 토니 가넷(<케스>)이 맡았던 이 작품은 완성된 직후 ‘세이브 더 칠드런’쪽이 급작스레 방송을 취소했다. 단순한 취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지금까지 아예 상영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유는 아직까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가디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종, 계급, 자선 문제에 대한 켄 로치의 전투적인 접근 방식”에서 ‘세이브 더 칠드런’과의 마찰이 있지 않았는가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전작전에 이 작품을 포함시키게 된 것에 대해 켄 로치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내 입을 다물라는 경고를 받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작전에서는 켄 로치의 모든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총망라된다. 1975년 <BBC>에서 시리즈로 만든 총 7시간짜리 다큐멘터리 <희망의 나날>도 포함된다. 또한 켄 로치는 이번 전작전을 계기로 BFI에 자신의 영화 아카이브를 기증했다고 한다. 촬영 스크립트, 노트, 스케줄, 버짓, 현장 스틸과 1969년 <케스>를 찍을 때 만들었던 매 훈련법 노트, <에릭을 찾아서>에서 사용되었던 에릭 칸토나 마스크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리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