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택일의 질문은 대부분 대답하기에 곤란하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어 곤란하거니와 무응답은 수용하지 않는 질문의 한계 때문이다. 예컨대 <트와일라잇>에서 팀 제이콥이냐 팀 에드워드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트루 블러드>의 빌이냐 에릭이냐를 묻는다면 0.1초의 주저함도 없이 에릭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공평하게 비열하고 교활하지만 알파메일의 매력이 넘치고 아름답기까지 해 경외하게 만드는 마성의 캐릭터가 바로 에릭 노스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다. 팀 에드워드를 비롯해 팀 제이콥, 팀 빌은 던지려던 돌(들)을 내려놓으시길.
사심 가득하게 문을 연 이번 칼럼의 ‘피플’은 <HBO>의 TV시리즈 <트루 블러드>에서 1천년 묵은 바이킹 뱀파이어 에릭을 연기하는 스웨덴 출신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다. 샬린 해리스의 <남부 뱀파이어 미스터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해 만든 <트루 블러드>는 인간, 뱀파이어, 늑대인간, 요정, 신체변형자가 공존(!)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스카스가드가 연기하는 에릭은 영국 배우 스티븐 모이어가 연기하는 빌과 더불어 <트루 블러드>를 지탱하는 양대산맥이요, TV시리즈가 뒤흔든 여심의 진앙지다. 둘은 마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인간적 고뇌와 동물적 본능을 두고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처럼 상반된 매력을 내뿜으며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193cm의 장신에 모델급 체형, 좁고 작은 얼굴, 창백한 피부와 금발을 가진 이 북구의 미남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맘마미아!>로 유명한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장남이다.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아빠 친구’인 영화감독의 눈에 들어 7살에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역배우로서의 경력은 13살에 “TV에 나와서가 아니라 내가 귀엽고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연기를 그만두는 바람에 중단됐다. 스스로에게 연기자로 살아볼 기회를 한번 더 주기로 결심한 건 군대와 학교, 원거리 연애, 여행 등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으로 20대 초반을 소비하고 난 뒤였다. 그렇게 1999년부터 스웨덴과 미국을 오가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약 10년 동안 스카스가드는 오늘과 같은 인기를 얻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벤 스틸러의 <쥬랜더>에서 “오렌지 모카 프라프치노!”를 외치던 남자모델 4명 중 석유에 흠뻑 젖은 상태로 담뱃불을 붙여 죽은 멍청한 역할로 출연했다. 그리고 그것이 2008년 <트루 블러드>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볼 만한 유일한 필모그래피였다. 유명세가 싫어 연기를 떠났던 대가를 뒤늦게 치른 셈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롤링 스톤>의 표지를 장식하는 셀레브리티가 됐다. <텔레그래프>는 스카스가드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스티그 라르손, <렛미인>에 이어 스웨덴의 컬트적인 매력을 전달한다”고 적었고, <뉴스위크> 역시 “IKEA 이후 가장 성공한 스웨덴의 수출품”이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에반 레이첼 우드, 케이트 보스워스 등 함께 출연하는 여자배우들과 염문을 뿌리고,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 샘 페킨파의 <어둠의 표적> 리메이크, 피터 버그의 SF신작 <배틀십> 등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그는, 지금 확실한 유명세의 정점에 섰다. 스웨덴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5번 선정된 그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꼽힐 날도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