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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 다세포 여우

<고지전>의 김옥빈

김옥빈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여고괴담4: 목소리>로 갓 데뷔한 그녀는 동료배우들과 인터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뭔가가 달랐다. 조심스런 신인배우처럼 말하는 동료들과 달리 김옥빈은 성대를 열어젖히고 웃거나, 또 이런 말을 거침없이 했다. “등교할 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요….” 이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매니저의 표정이 어땠을지 한번 상상해보시라.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김옥빈은 <다세포소녀>와 <박쥐>를 거치면서 극적 캐릭터와 자신의 캐릭터를 묘하게 뒤섞을 줄 아는, 꽤 독특한 배우로 성장했다. 김옥빈의 역할에 다른 여배우를 집어넣는 게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고지전>의 김옥빈은 북한군 저격수 차태경을 연기한다. 그런데 여자 저격수라니, 그거 너무 억지춘향 캐릭터 아니냐고? “냉혈 저격수는 아니다. (웃음) 이유도 없이 전쟁터에 끌려가서 거기서 자란 캐릭터다. 아무런 생각없이 사람을 죽이는 거다. 직접 만나면 너무나도 연약한 여자아이라 다들 놀라게 되는 캐릭터다.” 사실 이 캐릭터는 김옥빈이 참여하면서 장훈 감독의 생각과는 조금 달라졌다. “굉장히 강한 캐릭터였다.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어쩔 수 없는 소녀 같은 느낌을 주자고 했다.” 꽤 재미있는 변화다. 살인병기로 자라난 수줍은 소녀는 우리가 김옥빈에게서 기대할 만한 역할은 아니다. 재미있게도 바로 그런 불협화음 덕분에 차태경은 일반적인 여전사형 캐릭터의 인공성을 멋지게 벗어던진다.

요즘 김옥빈의 머리는 핑크색이다. 촬영 중인 <시체가 돌아왔다> 때문이다. 다른 여배우였다면 검은색 가발을 쓰고 촬영장에 나타났을 테지만 김옥빈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하긴 머리색에 휘둘린다면 그건 김옥빈이 아니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아직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가? “아니다. 다들 위험하다고 걱정하기에 요즘은 작고 귀여운 베스파를 타고 다닌다. (웃음)” 귀엽긴 하지만 베스파도 오토바이다. 김옥빈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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