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흥정을 할 때에도 하다못해 ‘원가’ 기준이라는 게 있다. 물건 떼온 값에 자릿(가게)세 등이다. 파는 이의 노동의 대가는 그 다음에 ‘남는 것’이다. ‘남는 거 없는 떨이’라도 도매가보다 낮게 받을 수는 없다.
파행을 거듭하던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의 4320원보다 260원(6%) 오른 4580원으로 결정했다. 위원들이 앞다투어 사퇴하는 생난리를 치고 법정시한마저 넘겨가며 결정된 금액이 지난해 생계비 인상치(6.4%)나 노동생산성 증가치(제조업 기준 10.3%)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스마트한 시대에 아직도 최저임금을 저잣거리 흥정처럼 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당연히 ‘파는’ 사람은 비싸게 부르고 ‘사는’ 사람은 깎으려 한다. 경영계는 늘 짜거나 동결된 안을 제시하고 노동계는 깎일 것까지 감안한 금액을 제시해야 하니, 그 격차에 따른 소모적인 싸움이 되풀이된다. 그 와중에 지금 다루는 것이 ‘물건값’이 아니라 ‘사람(의 노동)값’이라는 것은 종종 잊힌다.
최저임금은 제공한 노동에 대해 최소한 보장받는 대가다. 그 노동을 하며 ‘생존할 수 있는’ (그래야 그 노동을 또 제공할 수 있으니까) 마지노선이다. 그 노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적정임금이 아닌 것이다. 쥐어짜려야 짤 수 없는 ‘원가’다. 생계비와 유사 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 정하라고 법적으로도 돼 있다. 그런데도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노와 사, 대세에 따라 한쪽 편을 들어 쪽수로 상황을 끝내버리는 이들을 공익위원이랍시고 나랏돈 줘가며 앉혀놓고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위원회 홈피에 들어가 하는 일을 들여다봐도 결국은 최저임금 정하는 것뿐이던데 말이다.
왜 꼭 전년도에 견줘 힘겨루며 정해야 하나. 이미 법안도 제출돼 있듯이, 평균임금의 일정비율을 이듬해 최저임금으로 정하면 간단하잖아. 올해 노동계는 전체 노동자 임금 평균의 절반인 시간당 5410원을 제시했는데, 중소·영세 사업주의 처지 운운하며(그러면서 그렇게 하청 납품단가는 쥐어짰니?) 동결을 외친 경영계보다는 합리적인 접근으로 보였다. 물건도 정액제 시대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아주 많은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취급하는 거다. 그 이상 주는 걸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많다. 아니, 굉장히 많다. 그들에게 ‘최고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이다. 이건 정말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