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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슬픈 가발을 한 네게 반했어
심은하 2011-07-14

뮤지컬 <헤드윅>

뮤지컬 <헤드윅> / 8월21일까지 / KT&G 상상아트홀 / 02-3404-4311 “헤드윅은 중독이다.” 출연했던 배우들은 또 출연하고, 관람했던 관객은 또 보고 싶어 한다. 2005년 초연 이래 1천회 돌파. 그중 10회 이상 관람객이 600여명, 100회 이상이 76명, 300회 이상이 22명이란다. 올 시즌 헤드윅인 조정석과 최재웅은 이번이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출연이다. 계속 함께하고, 계속 보고 싶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주인공 헤드윅은 동독 출신의 실패한 트랜스젠더 록가수다. 아버지의 성추행, 미군 병사와의 동성 결혼, 성전환 수술의 실패로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그녀, 그리고 1인치의 살덩이가 남긴 또 한번의 배신. 금발의 가발을 쓰고 등장한 헤드윅은 자신을 ‘캔디’라고 소개한다. 울 일 많았던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그래도 우는 것보단 웃는 게 쉽잖아요.” 담담하게 말한다. 외로운 헤드윅은 시종일관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 일상적인 농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관객은 알고 있다. 이 모든 게 마음이 아픈 자의 제스처라는 것을. 그렇기에 관객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환호한다.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 서 있는 헤드윅의 삶처럼 뮤지컬 넘버는 직설적이고 강렬하다. 기교 없이 내지르는 정직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 안에 쌓인 수많은 감정들이 들린다. <The Origin of Love> <Sugar Daddy> 등은 때론 잔잔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그렇게 헤드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노래한다.

이 긴 이야기를 헤드윅 한명이 들려준다. 당연히 주연배우의 미친 존재감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록콘서트 형식인 만큼 가창력은 기본이고 100여분에 달하는 모노드라마를 거의 혼자서 끌고가야 하기 때문이다. 헤드윅과 세 번째 만나는 조정석은 섹시하고 애달프게 헤드윅을 입었다. 특히 지각한 관객이 들어올 때마다 애드리브로 말을 걸며 웃음을 유도하는 그의 무대 장악력에서 노련미가 돋보였다. 순간, 또 다른 버전이 날 유혹한다. 나머지 헤드윅들은 이 난해하지만 매혹적인 영혼을 어떻게 전달해줄지 궁금하다.

이 광란의 파티에 동참한다면 이왕이면 스케줄표를 꼼꼼히 체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의 헤드윅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