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독고다이’ 홍 반장이 짱 먹었다. 빨간 목도리에 바바리 질질 끌고 다니면서도 기세만은 등등했던 재선의원 시절의 그가 떠오른다. 홍 반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도 사리지 않던 몇 안되는 한나라당 인사였는데, 정형근 의원이 ‘빵구’낸 급한 인터뷰에 대신 나선 일도 있다. 두분 다 ‘왕년에~’ 비슷한 일(상대당 저격수)도 하셨으니 뭐. 그는 성질이 참 거시기해 보이지만 사람이 투명해서 그런 것일 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당선 소식에 “경륜과 식견을 갖췄다”고 평가했지만, 별로 홍 반장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아무런 계파도 계보도 없이 큰일 앞두고 큰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게 왠지 ‘한번 문 거 놓지 않는(다는)’ 성질에 어울린다. 병역 면제자, 탈세자, 부동산 투기자에 대한 반감이 내년 총선, 대선에도 죽 이어지길 기대한다.
울산 앞바다에서 밤새 철근을 지키던 경비원으로, 일당 800원 받던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 ‘아버지들’이 지금 크레인에 매달려 힘겹게 싸우고 있다. 1987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우르르 공안사범으로 송치됐을 때 대검 공안부장에게 쌍욕을 먹어가면서 “한명이라도 나가야 노사협상이 가능할 것 같아” 유일하게 자기가 맡은 이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울산지청 강력부 검사 시절의 결기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 오래 키웠다고 잘 키우는 게 아니듯, 정치 오래 했다고 잘하는 거 아니다. 경륜 쌓이면 관대해진다는데 유독 자신과 자기 조직에만 관대해지는 사람들도 많잖아(홍 반장 대표 되던 날 아무도 관심없는 사표를 결연히 내신 그 검찰총장님. 설마 여당 대표보다 자기 거취가 더 중요하므로 항의 의도가 묻히지 않으리라 여긴 건 아니겠지? 그 정도로 자기중심적일 수는…, 있겠구나). 홍 반장이 어디로 튈지 몰라도 튄 자리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배고파서 검사 되고 밥 굶는 사람 없게 하려고 정치 시작했다는 처음 그 자리. 한나라당식 ‘경륜과 식견’, ‘조직과 관행’ 따위 깡그리 무시하고 정치적 ‘기수열외’를 자임했으면 좋겠다.
(지난주 칼럼 ‘홍익대 스캔들’에서 “음, 홍익대의 명예는 전기세 빼면 2억원±α 정도구나”를 “…전기세와 교직원 특근수당 및 밥값 등을 빼면 1억원이구나”로 바로잡습니다. 청구 내역이 확인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