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식 주례사는 지루할까? 내 결혼식 참석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니 결혼(식)에 대한 내 입장이니 관점이라는 것도 알 만하지만 그간 관찰해본 바에 따르면 신랑과 신부가 주례사에 대해 당당함이나 행복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한건도 못 봤다.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이 끝나고 인사를 하면서 “그래도 저 정도면 안 지루한(혹은 안 긴) 편이에요”라면서 하객을 독려하거나, “저야말로 듣고 있느라 괴로웠어요, 구두도 높은데”라며 하객의 지루함을 압도하는 자신의 괴로움을 어필하는 경우가 대다수. 남녀주인공과 관객 모두 주례(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극악해 아예 언급을 피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뻔하고 좋은 얘기만 늘어놓는 (궁극적으로는 무용한) 비평을 ‘주례사 비평’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례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주례사가 지루하도록 운명지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주제, 소재, 문체, 길이가 모두 정해진 창작물이다. 가능한 변화라면 사투리와 유머감각 정도인데, 결혼에 대해 할 수 있는 유머라고 해봐야 우리가 다 알다시피 섹스, 외도, 가난, 부부싸움, 이혼, 피임실패와 같은 것인지라 그 자리에는 어울릴 수가 없다. 신부가 얼마나 예쁘고 착한지, 신랑이 얼마나 똑똑하고 능력있는지를 말한 뒤, “평생을 참고 서로 섬겨라”는 요지의 말을 가능한 안 뻔하게 안간힘을 쓰는 게 주례사다.
주말에 결혼식 주례사를 듣고 나서 뒤늦게 생각난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본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다.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3년은 일을 쉬라는 충고나, 남편이 행하는 갖은 폭력이나 외도 사례에서 아내의 인내를 강조하는 예시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은 아쉬웠으나,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씌인 이기심을 지적하고 벗기려고 노력하는 조언들이 많다. 절묘한 유머도 있다.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준 하객들도 신혼부부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사람들이라 새롭게 결혼한 두 사람이 잘 살면 심술을 부립니다.” 으아니 스님! 이게 무슨 말씀이오! (웃음) 책 후반부로 가면 인생 전반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글이 많지만 초반에는 역시 결혼을 앞둔 사람, 결혼생활에 문제를 겪는 사람을 위한 조언이 많다. 결혼에 대해 부모와 자식간에 뜻이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혼한 뒤 손해봤다는 마음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부간에 갈등이 있을 때 자녀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은 무엇인지 등.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을 하나 인용하겠다. “같이 살 거면 상대를 그냥 날씨나 꽃처럼 생각하세요. 피는 것도 저 알아서 피고, 지는 것도 저 알아서 질 뿐, 도무지 나하고 상관없이 피고 지잖아요. 다만 내가 맞추면 돼요. 꽃 피면 꽃구경 가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고, 더우면 옷 하나 벗고 가고, 비 오면 우산 쓰고 간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참고로 벚꽃은 1년에 딱 1주일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