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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상은 동물들의 생과 사에 관여한 인간의 이기심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개의 눈>
강병진 2011-07-06

동물과 더불어 사는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다. 한쪽에서는 반려동물을 사치품으로 취급해 치료비에 부가세를 더하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동물들을 학대하는 인간의 괴담이 들린다. 아무 이유없이 때려죽이거나, 고층아파트에서 떨어뜨리거나, 가둬놓고 굶어죽게 만들거나. 특히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인 동시에 비호감의 대상인 고양이는 이러한 괴담의 주된 피해자였다. 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개의 눈>(이하 <고양이>)이 고양이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란 이유로 개봉 전부터 고양이 애호가들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았던 것 또한 이런 사회분위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고양이>에서 직접적인 공포의 대상은 고양이가 아닌 동물들의 생과 사에 관여한 인간의 이기심이다.

영화에서 고양이들의 사연을 추적하는 건, 폐소공포증 환자인 소연(박민영)이다. 한 아파트 단지의 펫숍에서 애완동물 미용사로 일하던 소연은 어느 날, 고양이 ‘비단이’의 미용을 맡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비단이를 집으로 데려간 주인이 엘리베이터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소연은 친구의 과거 애인이자 경찰인 준석(김동욱)의 부탁으로 오갈 곳 없는 비단이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이때부터 소연의 주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단발머리의 소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소연의 주위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소연의 친구 보희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고양이 주위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소연이 일하는 펫숍의 사장은 얼굴에 자상을 입은 채 죽는다. 친구의 죽음으로 사건에 뛰어들게 된 소연은 준석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고 고양이들의 사연이 모두 한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양이>의 전제는 <TV 동물농장>과 같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개에게서 동네를 돌아다니는 어미를 찾고픈 마음을 찾아내고, 누군가의 집을 매일같이 드나드는 개를 통해 죽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하는 <TV 동물농장>의 전제는 ‘동물의 행동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고양이와 관련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사례들을 차근히 수집한 뒤, 소연을 VJ로 내세워 고양이들의 사연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고양이들의 과거에는 인간에게 학대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비극적인 사연이 파악되는 지점에서는 강도 높은 슬픔까지 드러난다. 동물의 원한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고양이> 역시 원귀의 귀환을 소재로 한 아시아 공포영화들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셈이다. 일본의 대표 공포영화들이 떠오르는 장면도 있다. 소녀 귀신의 형체와 등장패턴은 <주온>을 닮아 있고, 고양이와 소녀의 끔찍한 과거가 드러나는 공간은 <검은 물밑에서>를 연상시킨다. 아시아를 떠나서 보자면, 가장 직접적으로 인용되는 모티브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다. 익숙한 요소들을 배치했지만, 영화적 완성도로 볼 때 심사숙고한 흔적이 없는 건 아니다. 고양이가 가진 영물로서의 이미지를 공포영화에 걸맞게 활용하려 한 부분도 눈에 띈다.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에서 스산한 정서를 드러내는가 하면, 떼를 지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고양이가 지닌 위협적인 공포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짜임새에 비해 <고양이>가 전하는 영화적 재미가 그리 풍부한 건 아니다. 소연이 지닌 폐소공포증이란 장애는 약간의 깜짝쇼를 위한 설정으로 기능할 뿐이고, 친구의 애인을 향한 그녀의 감정 또한 눈에 띄는 에피소드를 만들지 못한 채 휘발된다. 영화에서 죽어가는 인물과 죽지 않는 인물이 단순히 동물을 학대하는 이와 애호하는 이로 나뉘는 것도 단선적이다. 주제의식으로 보자면 <고양이>는 최근에 개봉한 옴니버스 동물인권영화인 <미안해, 고마워>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고양이> 역시 동물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강조하면서 끝을 맺지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을 더욱 긍정하게끔 만드는 건 아니다. 실제로 변화무쌍한 고양이의 성격을 모두 반영하지는 않더라도, 캐릭터에 좀더 많은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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