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가 75가지 버전이라고? 해적판 영화에서는 가능한 얘기다. 장면이 잘리고 끊기고, 심지어 캠코더로 스크린을 촬영해 영화를 액자 구성으로 만들어버리는 불법 다운로드 영화 파일은 전세계 모든 제작·배급업자들의 골칫거리다. 지난 4월부터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P2P 사용자들을 무더기로 피소한 데 이어, 영국에서도 불법 다운로드를 둘러싼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깃발을 들어올린 이는 MPA라는 단체다. 이 단체는 워너브러더스와 폭스, 디즈니와 파라마운트픽처스가 속해 있는 미국영화협회(MPAA)의 국제 지부다. MPA는 영국의 가장 큰 통신사업자 BT에 해적판 영화를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 Newzbin2에 대한 접속 차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상원에 낸 상태다.
그렇다면 MPA는 Newzbin2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었을까. 과거사가 있었다. 상원은 지난 3월, 불법 다운로드 영화와 음악 파일 검색이 용이한 Newzbin에 모든 해적파일에 대한 링크를 지우고 스튜디오들에 피해 보상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Newzbin은 판결 이후 신속하게 판결 내용을 수행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문제가 생겼다. 익명의 스웨덴인이 운영하는 복제사이트 Newzbin2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의 영국법으로는 Newzbin2가 제공하는 불법 다운로드 파일을 단속할 수 없다. 이를 알게 된 MPA가 상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만약 MPA가 승소한다면 이후 더 많은 영화·음악업계 관계자들이 불법 파일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차단을 요구할 것으로 <가디언>은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이 판결은 영국의 통합 지적 재산권법인 CBPA에 의해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는, 첫 번째 판례가 된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 소송과는 별개로 해적 파일들의 검색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