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가장 볼썽사나운 뉴스는 홍익대가 집단해고에 반발해 점거농성을 했던 청소노동자들에게 뒤늦게 2억8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농성기간의 대체 인건비와 전기료, 명예훼손 등의 손해를 합한 것이라고 한다. 학교가 욕을 먹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어” 이런 ‘뒤끝 작렬 보복성’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지성이 멸종된 오늘날 대학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다고 하기에도 심히 어이없다. 정작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할 때는 용역업체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팔짱 끼고 있었잖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반촌 사람들이 받던 대접과 비교가 됐다. 그들은 최소한 고용보장은 됐다. 봉건시대보다 못한 처우에 졸렬하기 짝이 없는 금전적 복수라니. 무슨 계산법으로 이런 금액을 뽑았는지도 의문이지만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오래도록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음, 홍익대의 명예는 전기세와 교직원 특근수당 및 밥값 등을 빼면 1억원이구나.
가장 슬픈 인터뷰는 “과태료 폭탄 떨어질까봐 파업을 철회했다”는 한진중공업 노조사무장 인터뷰였다. 법원이 강제퇴거결정을 집행하면 하루 100만원씩 강제이행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 6개월 동안 월급 한푼 못 받고 싸운 농성자들에게 이런 짐까지 지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해고된 이들은 대책이 없고 회사의 태도도 바뀌지 않은데다 농성 진압의 ‘전운’이 감돌 때다. 행간에 밴 괴로움이 느껴졌다. 고공 크레인에서 김진숙씨와 함께 있던 농성자들 절반은 물과 음식이 충분치 않고 전기까지 끊긴 바람에 최소 인원만 남고 내려왔다. 수주 실적 0의 무능한 경영진과 그 와중에 돈잔치 벌인 오너 세력을 향한 정당한 요구가 이렇게 서글픈 투쟁이어야 할까?
대학이 ‘돈 버는 법’만 가르치고(심지어 삥 뜯는 법까지 선보이고), 자본에 대응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돈이 무서워’ 발목 잡힌다. 복지국가 하면 세금 폭탄 떨어진다지만 우리는 이미 각종 사보험비로 교육비로 대출이자로 그 이상의 돈을 지불하며 살고 있다. 나만 손해볼까 두려운 나머지 ‘죄수의 딜레마’를 안고 실제보다 부풀린 지출을 하며 전전긍긍 허리띠를 졸라맨다. “세상은, 그리고 타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 우리를 대접한다”는 김형경 작가의 말은 ‘사회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도 반드시 숙지되어야 할 문장일 듯하다. 세금 더 내고 그들은 더 많이 내게 하자. 책임 더 지고 그들은 더 많이 지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