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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서부를 침공하다
강병진 2011-06-30

Cowboys & Aliens <카우보이 & 에일리언>

할리우드의 신(新) 서부개척시대인가. 당찬 10대 소녀의 서부(<더 브레이브>)와 도마뱀을 비롯한 온갖 양서류의 서부(<랭고>))에 이어 이번에는 외계인이 침공한 서부다. 웨스턴의 리부팅 흐름에서 볼 때, 존 파브로의 <카우보이 & 에일리언>은 가장 과격한 실험일 것이다. <랭고>를 끝낸 고어 버빈스키가 조니 뎁과 함께 <론 레인저>(1956)의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고, 론 하워드가 스티븐 킹의 웨스턴 판타지 시리즈인 <다크 타워>를 연출할 예정이지만 카우보이가 외계인과 싸운다는 설정의 황당함으로 보자면 <카우보이 & 에일리언>을 능가할 듯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프로듀서 중 한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촬영 전, 존 파브로와 시나리오작가인 로베르토 오치를 데려다 <수색자>와 <미지와의 조우>를 함께 보았다. 두 영화의 키워드는 <카우보이 & 에일리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외계인과의 만남, 납치, 추적. 영화는 주인공인 제이크 로너건(대니얼 크레이그)이 아무런 기억도 없이,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의 팔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팔찌가 채워져 있다. 제이크는 압솔루션이라는 마을에 도착하고 이곳의 보안관들에 의해 자신이 현상수배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을의 독재자인 보안관 우드로우 돌라하이드(해리슨 포드)가 그를 처형하려 하는데, 이때 외계인들이 마을을 침공한다. 영화의 초반 40분을 미리 본 존 파브로의 지인들은 “마치 진주만을 연상시킬 정도”의 폭격이 마을을 강타하고 사람들이 납치된다고 전했다. 외계인의 공격에서 영상을 정지시킨 존 파브로 감독은 “이제부터 로드무비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납치된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외계인의 근거지를 추적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인디언들까지 합세하게 된다. 이들의 활약에서 <황야의 7인>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웨스턴과 SF의 결합이라는 하이컨셉은 19세기의 서부에 온갖 SF 첨단 장비를 투척해 만든 희대의 괴작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존 파브로 감독은 “19세기 후반의 사람들이 외계인의 진보된 무기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도무지 승리할 수 없는 기술적 조건에서 좌절을 경험하는 인물을 그렸다”고 말했다. 영화 속의 카우보이들이 외계인과의 기술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상상할 때, 힌트가 되는 건 <아이언 맨>이다. 존 파브로는 스타크가 파워슈트의 쇳조각 하나하나를 일일이 만드는 과정을 아기자기하게 묘사했고, 그의 파워슈트는 물리적인 한계를 지닌 탓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백만장자인데다 과학자인 스타크에 비해 사방이 사막인 서부의 사나이들에게는 더욱 아날로그적인 무기와 작전이 필요할 것이다.

영화 속 카우보이와 외계인의 관계가 인디언 대 미국인의 관계처럼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존 파브로는 1840년대 미국의 영토 확장주의를 정당화한 표어인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까지 언급했다. “덜 발전된 기술문화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보다 나은 기술을 가진 적을 만날 때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는 기술적으로 진보된 외계인들이 ‘명백한 운명’의 믿음을 갖고 있다.” 서부의 무법자가 외계인일 뿐이지 <카우보이 & 에일리언>에는 웨스턴의 고전적인 요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제이크 역에 대니얼 크레이그가 캐스팅된 배경에는 그가 <황야의 7인>의 율 브린너를 닮았다는 이유가 컸다고 한다. 존 파브로는 “슈퍼히어로와 시리즈, 리부팅의 각축장인 이번 여름 시즌에서 익숙하지도 않은데다 3D도 아니고 오로지 스타의 힘으로 달려가는 영화가 오히려 관객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우보이 & 에일리언>의 승패에 따라 서부를 찾아올 미지의 존재들은 더 많아지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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