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판타지의 성지 코믹콘은 최근 몇년 동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각축전이었다. 각종 코스프레를 거리끼지 않는 SF와 판타지 팬만큼, 열렬한 입소문을 내줄 준비를 갖춘 관객층이 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코믹콘은 7월21일부터 24일까지 샌디에이고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올해 코믹콘이 예년에 비해 힘이 떨어진다는 데 주목하는 기사를 썼다.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코믹콘에 몰려드는 충성스런 장르 팬들의 하드코어한 열정이 좀더 평균적인 취향의 박스오피스에서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충성스런 팬들이야말로 영화가 조금이라도 취향에 어긋난다면 오히려 더욱 심술궂은 안티 팬으로 돌아설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백만달러의 홍보비를 쏟아붓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코믹콘에 모여든 수많은 청소년들이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의 로큰롤 오타쿠 주인공에게 환호를 보냈지만, 6천만달러짜리 <스콧 필그림…>은 박스오피스에서 3200만달러의 실망스런 결과를 거뒀다. 월트 디즈니의 <트론: 새로운 시작>과 소녀들의 액션 판타지 <써커 펀치> 역시 코믹콘의 열광에 어울리지 않는 흥행 결과를 목도해야만 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드림웍스,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올해 코믹콘 불참을 선언했다.
코믹콘 마케팅 디렉터 데이비드 글렌저는 “모든 스튜디오들이 매해 참석하는 건 아니다”라며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겼다. 그의 자신감대로, 올해 코믹콘 신작 규모는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다. 일단 <트와일라잇: 브레이킹 던 part1>의 대대적인 행사가 기획 중이다. 유니버설은 7월29일 개봉을 앞둔 <카우보이 & 에일리언>을, 파라마운트는 <땡땡의 모험: 유니콘호의 비밀>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입소문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십세기 폭스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소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르 팬들의 열정을 기반으로 시작해야 하는 낯선 신작보다는, 성공을 처음부터 자신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