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부산에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 여행’이라고 썼지만 ‘사직구장 관람’이라고 바꿔 읽는 편이 옳겠다.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말 3연전 관람이 부산행의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을 연고로 한 팀은 무려 3개나 있고(LG트윈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잠실이건 목동이건 어디서 경기를 치러도 홈팀 관중만큼(때로 그 이상의) 원정팀 관중이 들어서게 되어 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비행기로 1시간이면 넉넉한 이 아담한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이라고 봐야 하나,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를 몸소 실천하는 국민들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서울에는 서울 토박이보다 많은 타지인들이 살고 있고, 그러다보니 서울을 연고로 한 팀(과 그 팬들)은 “홈은 홈이되 홈이 아닌” 구장에 익숙해 있다. 부산 사직구장이 궁금했던 건 그래서였다. 구도(球都)라고 불리는 도시, 홈팬들만으로 만원 관중을 거뜬히 이뤄내는 곳, KTX에서 읽을 책을 고르는 데 갈등이 없었던 이유는 마침 <괴짜 야구 경제학>이 나왔기 때문이었는데, 야구에 관한 각종 속설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수치와 분석글을 읽을 수 있다.
3번 타자를 맞은 투수가 대기타석에 있는 홈런타자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볼넷을 내주거나 실투로 폭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느낌일까 실제일까? (롯데의 경우 홍성흔과 이대호의 성적이 함께 상승세일 때와 이대호 혼자 잘 칠 때 이대호의 타점 변화는 어떠한가?)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 문제로 더그아웃에서 뛰쳐나가는 감독의 항의는 효과가 있을까? 구위가 나빠진 투수를 보면서 “코치 바꿔라!”를 외치는 건 합리적인 요구인가? <괴짜 야구 경제학>은 그런 이슈들을 미국 메이저리그의 통계수치를 통해 입증한다(참고로, 속설이 맞는 듯하지만 표본이 커질수록 큰 의미 없는 경우가 꽤 있다). 홈팬으로 꽉 찬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보면서 궁금했던 한 가지는 ‘롯데가 홈에서 약하다’는 우스갯소리의 진위였다. 팬도 많고 열정적인 팬도 많은 도시. 선수들이 식당에서도 택시에서도 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모든 시민들이 CCTV처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팀 성적이 안 좋을 때는 감독이 택시를 못 탄다는 도시전설이 있는 그곳. 우연히도 주말 3연전 중 2경기는 LG트윈스가, 한 경기는 롯데 자이언츠가 가져간 덕에 이기는 날의 사직구장과 지는 날의 사직구장을 고루 경험했다. 지는 날은 부산 사람들의 자학유머와 더불어 헛스윙에 대한 탄식(‘아이고야’를 주변 사람 100명이 동시에 한숨처럼 내뱉는 걸 어디서 들어보겠나?)이, 이기는 날은 정신 쏙 빠지는 흥(빠른 파도, 느린 파도, 양 갈래 파도 등 총 10바퀴쯤 돌더라)이 사직에 울렸다. <괴짜 야구 경제학>에서는 ‘연고 도시와 우승의 관계’라는 장이 있는데, 다 읽어보니… 글쎄. 통계는 통계고 분석은 분석인데 야구는 야구다. 어쨌건 다 읽고 나니 KBO 통계로 한 이런 책이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