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물은 약간 뜨거워야 맛이다. 몸을 담그기엔 약간 뜨거운 물에 발끝부터 밀어넣고(“앗뜨! 앗뜨!”), 약간은 고통스럽지만 뜨거움을 참은 다음(“흡…”), 살이 익는 듯한 뜨거움에서 시원함을 느끼기 시작한다(“아아아아아…”). 여기에는 약간의 ‘양성’ 마조히즘이 있다. 뜨거움의 고통이 쾌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왜 인간은 고통까지를 포함한 쾌락을 즐길까.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는 쾌락의 메커니즘을 논한다. 이야기를 즐기는 심리는 어떨까. 여기서는 데이비드 흄을 인용한다. 높은 탑에서 철창 밖으로 몸을 내미는 사람은 “완벽하게 안전한 줄 알면서도 겁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믿음과 가(假)믿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믿음은 사물이 실제로 어떤지에 대한 생각이고, 가믿음은 좀더 원초적인 태도로,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반응이다. 믿음은 안전하다고 말해도 가믿음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가믿음은 논리로는 어리석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으로 이어진다. 가믿음은 상상의 쾌락과 연결되고, 일종의 가벼운 현실로서 쾌락을 유발한다.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는 쾌락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본질주의’라는 개념에 공들인다. 사물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이나 진실한 본성이 존재하고 숨은 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개념이다. 참모습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 하지만 인간은 쾌락이 그 본질을 알아보는 데서 온다고 믿고 본질을 추구하지만 인간은 본질을 추구한다면서 헛소동을 일으키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온도의 에비앙 생수와 수돗물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브랜드를 알고 마시면 사람들은 맛을 다르게(그 본질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을 더 좋게) 느낀다. 실체가 쾌락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본질을 추구하는 데서 쾌락을 느끼고 본질주의는 열정과 식욕과 욕구의 기초가 된다. 진화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불합리한 유혹에 빠지는 쾌락의 기저를 파고드는 책. 남녀 성전략의 차이부터 마케팅에 유용한 도구까지 다양한 예시가 특히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