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캐비어 삼겹살님. 아주 노릇노릇 잘 구워지셨네요. =인터뷰 시작하시기 전에 일단 한점 걸쳐보세요. 녹습니다 녹아요.
-제가 캐비어 삼겹살님을 지금 잡숴버리면 인터뷰를 더이상 못하는걸요. 한점 혓바닥 위에 탁 걸치고 싶지만 일단은 참겠습니다. 하여간 요즘 장안의 화제시더라고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에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철갑상어알 캐비어까지 얹었으니 당연히 화제가 될 만하지요. 얼마 전엔 방송사에서 사람들을 엄청 데리고 오셨더라고요. 이 진미를 하루빨리 TV에 소개해야 한다면서 말이에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캐비어 삼겹살님은 진짜 캐비어가 맞나요? =그럼요. 제 목에 두른 이 아름다운 캐비어의 광택을 보세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빨간 건 연어알, 새카만 건 캐비어입니다.
-원래 캐비어는 30g에 30만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1천원만 추가하면 삼겹살에 캐비어를 얹어서 먹을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네? 캐비어가 그렇게 비싼 거라고요? 그럼 이게 가짜예요? 진짜로? 전 그냥 주인어른이 ‘캐비어만 얹으면 너도 이제 보통 삼겹살과는 다른 대우 받으면서 팔자 고칠 수 있다’고 꼬이기에….
-캐비어 삼겹살님에게 죄를 묻는 건 아니고요. 삼겹살님이야 주인이 캐비어 좀 목에 둘러보라고 해서 그런 것뿐인데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인간이 죄지 삼겹살은 죄가 없습니다. =하… 하지만. 믿을 수 없어요. 저희집에 방송사 PD님들과 단체로 오셨던 손님들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다며 진짜 맛있게 드셨는걸요. 비싼 캐비어를 삼겹살과 먹으니 힘이 막 솟는 거 같다면서 좋아하셨다고요.
-그 사람들 진짜 손님 아닙니다. 홍보대행사와 전문 브로커에게 일당 받고 고용된 보조출연자들이에요. 혹시 좀 이상한 점 발견 못하셨어요? =그러고보니 카메라가 안 돌아갈 땐 이게 무슨 캐비어냐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짜증을 내는 분들이 좀 있긴 했는데…. 저야 그 손님들 혀가 천박해서 진짜 진미를 못 알아본다고 생각했죠. 전 이제 은퇴할래요 기자님. 이런 불명예를 목에 걸고 살아갈 순 없어요.
-그러니까 옛말에도 돼지 목에 캐비어… 아니, 돼지 목에 진주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이젠 거추장스러운 가짜 캐비어 따위 던져버리고 서민들의 진미인 오리지널 삼겹살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근데 요즘 삼겹살이 얼마나 비싼지는 잘 알고 계시죠? 지난해보다 14.5%나 올라서 이젠 더이상 서민의 진미도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