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 황정인 경정의 블로그 글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할 자유, 항의할 권리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말 되는 소리를, 참 잘 썼다. 그는 “사소한 법규위반을 문제 삼아 집회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그러한 경찰력의 행사를 정당하다고 하기 어렵”다면서 나아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한 여론의 형성과 전달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명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무엇보다 길지 않다! 우리의 사회·문화적 내력 때문에 제복 입은 이들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데, 사실 경찰은 꽤 중요하고도 매력적인 직업이다(때론 섹시하다. 오죽하면 <사관과 신사>라 그랬겠니. 아, <로보캅>도 있구나… 으응?). “경찰의 방패” 뒤에 숨거나 올라앉은 이들에 대한 비호감이 켜켜이 쌓인 게 문제다. 그 세월을 거치며 경찰을 향한 시선도 경찰 스스로의 자부심도 말도 못하게 흐려졌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나오는 명대사를 들려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 힘든 (안티의) 세월을 견딘 경찰, 대단하다.’
이 정부는 명백히 신고제인 집회를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 ‘허가 대상’으로 취급하더니 반값등록금 집회는 대놓고 ‘금지’로 일관하고 있다. 등록금 문제가 갖는 휘발성을 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현직 경찰이 ‘정당성있게 굴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을까.
황 경정 글의 백미는 ‘나도 학부모’라는 것이다. 3년 뒤면 그의 아이들도 대학 갈 나이가 된단다. 등록금 집회의 사회적 순기능을 강조한 대목이 그래서인지 더 설득력있다. 재력가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두딸이 대학 다닐 때 허리가 휠 정도였다니, ‘학부모 프레임’으로 보면 현직 경찰 상당수도 시위대 편에 서고 싶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당연히 ‘최대 학부모 조직’이 되며, 전교조도 박사모도 봉천동 조기축구회도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도 소망교회 신도회도(아, 여긴 넉넉하신가) 여튼 다 ‘당사자’가 된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필요성도 공감대도 형성된 만큼 정책을 세워 실행하면 된다. 이미 우리 사회가 마르고 닳게 논의한 방안들이다. 사립대학들이 땅 짚고 헤엄치는 등록금 장사를 할 수 없게 만들고, 학령 인구도 줄어든 마당에 부실 사학들은 (퇴)출구를 열어주고, 정부가 국공립 비중을 늘리며 고등교육에 마땅한 책임을 지니면 된다. 프레임만 바꾸면 나랏돈 결코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