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한국영화계의 경향을 규정짓는 키워드는 다소 뻔해 보였다. 남성 스릴러와 코미디. 흥행작이 선도하는 트렌드를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딘가 심심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촬영 중인 영화들, 이제 막 크랭크업을 준비하는 영화들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일단 다양하다. “왜 우리나라에는 007 시리즈 같은 영화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 K>, 김현석 감독이 도전하는 의외의 SF <AM 11>, 변영주 감독이 오래도록 숙성시킨 미야베 미유키 원작의 <화차>(가제), ‘코미디 하나 하셔야죠’라는 세간의 질문에 <도깨비>라는 가족판타지영화를 준비 중인 장규성 감독, 여타의 남성 스릴러액션 장르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특유의 인간미를 담아낼 황병국 감독의 <특수본: 특별수사본부>, 하정우와 공효진이 코믹 연애의 종결자로 나설 전계수 감독의 <러브픽션>, 아이돌 세계를 독특한 코미디 감각으로 헤집을 라희찬 감독의 <Mr. 아이돌>, 그리고 1987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 투수 선동열의 연장 15회 2 대 2 전설의 무승부 완투 대결을 그려낼 박희곤 감독의 스포츠영화 <퍼펙트 게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어느 것 하나 닮게 느껴지지 않는 소재와 스타일에서 한국영화계의 풍성한 하반기와 내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