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 중 한국어로 옮기면 뉘앙스가 푹 죽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들면 ‘mother(혹은 father) issue’다. 뜻은 어머니나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긋난데서 기인하는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연애문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이기도 한데, 어머니와 사이가 너무 좋아서 탈인 마마보이에게는 마더 이슈가 있다고 하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이상하게 꼬여서 아버지뻘 남자하고만 연애를 하는 여자의 경우는 파더 이슈가 있다는 식이다. 학교의 선생님부터 직장 상사를 비롯해 나이 많은 아버지뻘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매번 문제를 일으킬 때는? 파더 이슈가 된다. ‘어머니 문제’, ‘아버지 문제’라고 하면 어디 몸이 편찮으시다는 뜻처럼 들리니 한국어로 옮겨 쓰기 쉽지 않다. 이 마더 이슈, 파더 이슈라는 표현이 인간관계에 대한 화제에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모두 프로이트의 자식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프로이트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리비도, 구강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 마더 이슈, 파더 이슈와 관련이 있는 동시에 성적 함의가 있는 단어들 다수가 프로이트로부터 흘러나왔으니까.
최근 개봉한 <마마>는 마더 이슈의 총집결판이다. 주는 거라고는 열등감밖에 없는 어머니, 아들이 보는 앞에서 가정폭력의 희생양이었던 어머니, 누가 봐도 슬퍼 죽겠는 상황에도 슬픔을 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아들에게도 기운찬 희망만을 주입하는 어머니. 어떻게 어머니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달라지냐고? 그럴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개인의 성장에 있어 너무하다 싶게 큰 영향을 끼치니까. 아동 트라우마 아카데미의 선임 연구원인 브루스 D. 페리가 쓴 <개로 길러진 아이>는 가정이 지옥이었던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사례를 다룬 논픽션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상처의 근원이 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은 숱한 변덕(일관성없는 양육환경), 아이에게 직접 육체적 해가 없다 해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정폭력(때로 살인으로 이어지는), 부모의 양육상의 편의나 병적 무관심에 기인한 극한의 양육환경(벽장이나 개 우리에 갇혀 크는 경우)이 그런 예다. 아이들은 쉽게 다치고, 치료를 시작한다고 곧장 회복되지 않는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아이의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친다. 아이가 트라우마로부터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주위 사람, 특히 아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가까운 어른이 사랑과 변함없는 지지, 격려를 보내주어야 한다. 인간관계는 생산적일 수도 있지만 파괴적일 수도 있고, 자양분이 넘칠 수도 있지만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도 있고, 트라우마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치유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개로 길러진 아이>는 가족에게서 입은 상처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가이드북이 될 수도 있지만, 바른 양육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