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정력제를 제조하는 매음굴 여자,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미모를 지닌 황제의 비밀 부하… 무굴 제국에는 에로틱 캐릭터들이 득실댄다. 그러나 황제 아크바르의 사랑을 얻긴 쉽지 않다. 그는 눈이 무척 높다. 오죽하면 꿈속에서 완벽한 여자를 꿈꾼 다음 그녀를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만들었겠나. 아, 황제는 능력자라서 환상을 얼마든지 실재로 만들 수 있단다. 그런 황제의 마음을 빼앗은 이가 있다.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칙서를 훔쳐 신분을 속인 금발머리 미남으로, 대담한 성격에 머리가 비상하고 마술도 잘 쓰는데다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잘해서 총애를 얻는다.
서방에서 온 미남이 황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피렌체의 여마법사 카라 쾨즈 공주다. 카라 쾨즈는 원래 무굴 제국의 공주로 페르시아 샤의 왕비가 되었다가 전쟁 통에 피렌체 출신의 장군과 사랑에 빠져 피렌체로 간다. 공주는 미인의 끝판 왕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그것도 평범한 미인이 아니라 마력을 풍기는 미인. 여자들이 감히 질투할 생각도 못하는 건 물론이고 공주가 한번 행차하면 매음굴을 찾던 남자들이 그녀를 줄줄 쫓아가는 바람에 향락 산업이 몰락할 지경이란다. 그녀가 불임인 여자의 배를 만지면 아이가 생기고 장님이 눈을 뜨고 절름발이가 잘 걷게 된다니 예수님도 아니고 구라가 좀 심하긴 하다. 미녀가 그렇게 좋으셨세요? 하고 살만 루슈디에게 짓궂게 물어보고 싶다.
결국 동방에서 온 미녀와 서방에서 온 이야기꾼 덕분에 사람들이 잠시 행복했다는 얘기다. 미녀가 마력을 발휘하던 기간 동안 피렌체는 평화로웠고 마력적인 이야기꾼 덕분에 황제는 황홀해했으니. 미녀와 이야기꾼, 좋은 게 좋다는 말이겠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미인과 이야기꾼이 같은 위치에 놓일 만큼 이야기꾼이 대단하단 얘기를, 살만 루슈디 같은 재주 좋은 이야기꾼이 굳이 자기 입으로 거창하게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칭송해줄 것을. 이 뻔뻔함을 매력으로 받아들일지 무리수로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