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전국 고등학생들에게 말한다. 어른들이 하는 말 중 “대학교에 가면”으로 시작되는 많은 공약들은 뻥이다. 대학에 가면 연애를 할 수 있다, 살이 빠진다, 취직을 잘한다, 돈을 잘 번다를 비롯해 참 많은 좋은 소리를 들어왔겠으나, 그거 다 뻥이다. 대학에 가서 그런 일이 안 생긴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학에 안 가도 할 수 있는 일이 태반이고 대학에 간다고 무조건 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중 다이어트가 가장 그렇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 중인 웹툰 <다이어터>는 평범한 은행원 신수지(25)의 이야기다. “나중에 다 키로 간다”던 살은 허리 둘레에 남았다. 덕담은 악담보다 못하게 되었다. 시도하는 다이어트는 시도한 횟수만큼의 실패를 불러왔다. 어리석은 행동과 나약한 의지, 그리고 터무니없는 다이어트 상식. 여기까지는 다이어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수지 앞에 ‘귀인’이 나타난다. 귀인이라기보다는 사기꾼. 갈 곳이 없어 헬스클럽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트레이너로 일하던 찬희가 수지 앞에 등장한다. 그는 길을 가던 수지를 붙잡고 “보통 뚱뚱한 여자가 그냥 커피라면 당신은 T.O.P예요”라고 말한 뒤, 개인 트레이닝을 해주겠다며 (마침 적금을 탄 수지로부터) 300만원을 받아낸 뒤 헬스장의 돈통까지 들고 달아난다. 수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찬희를 찾아낸 뒤 잡아 족치는데, 찬희는 살을 빼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네가 이 지경까지 된 건 꼭 게을러서만은 아니야. 단지 널 바른길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이 돼줄게.” 그리고 이번에도 갈 곳 없는 찬희는 수지의 집에 입주해 수지의 다이어트를 돕는다. 왕도는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어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다이어터>에는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댓글과 수지 옆에 꼭 붙어서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지는 트레이너 찬희가 있다. 일단 댓글. 수지의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자기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중 백미는 찬희가 수지에게 다이어트 일기를 적으라는 지시를 내리는 13화다. 댓글 내용이 전부 자기가 하룻동안 먹은 기록들이다. ‘아침: 찐빵 1개, 카스테라 1/4, 김밥 반줄’ 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다. 그런데 최근 연재분으로 올수록 찬희에 대한 댓글이 자주 눈에 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뭐다? 서찬희. 평범 이하인 나를 환골탈태하게 해줄 사람. 다이어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엄격한 스승에 대한 환상 말이다. 나태해지는 나를 채찍질하고, 의심하는 나를 단호하게 잡아주고, 그를 따르기만 하면 눈에 띄게 성과가 쑥쑥 보이게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환상.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해 제자리걸음한다는 환상. 혼자 궁리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답을 찾는 대신 절대적인 누군가를 따르기만 하면 좋겠다는 일종의 나태함. 얼마나 단순하고 달콤한가. 나에게도 찬희가 있으면 좋겠다는 공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