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서점의 위기는 이제 과거사가 되었다. 대개의 작은 서점들이 위기를 넘지 못하고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서점 주인의 개성이 살아 있는 책 컬렉션, 어떤 서평보다 믿음직한 서점 주인의 취향과 추천, 마케팅과 무관한 독서 문화는 모두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욕의 유서 깊은 미스터리·스릴러 도서 전문 서점 ‘미스터리어스 북 숍’을 1979년부터 운영해온 오토 펜즐러도 대형 서점의 압박과 도서 인구 급락이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밤잠을 설치다가 “새벽 3시에나 생길 수 있는 낙관적인 마음가짐으로 내가 알고 있는 작가 친구들에게 그들이 쓰는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의 전기나 프로파일을 써달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책 수집가를 대상으로 100부를 한정판으로 만들고 저자의 사인을 받아 판매하는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고, 그의 서점은 살아남았다. 그 글을 모은 책이 바로 <라인업>이다. ‘알고 있는 작가 친구들’이라는 소박한 표현에 걸맞지 않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와 그들의 캐릭터는 스릴러에서 가장 빛나는 별들이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조너선 켈러맨의 알렉스 델라웨어,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프레셔스 라모츠웨 등 20명을 훌쩍 넘기는 명단이다. 주인공 캐릭터에 관한 단편소설을 쓴 작가도 있고, 자신의 작가 생활과 캐릭터 설정 전반에 대해 인터뷰한 작가도 있다. 미국 스릴러 좀 읽었다는 독자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될 책이다. 좋아하는 사람의 부모에게 듣는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같은 책이니까!
ps. 스릴러 팬에게 뉴스 하나 더. 미국 드라마 <캐슬> 시즌3 21화에는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이 카메오 출연한다. 캐슬과 포커를 치며 범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시퀀스는 제법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