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다 저 바다 돌아다니느라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평생 해적질로 살아왔는데 고생은 무슨.
-해적질요? 전 잭 스패로우씨가 해적질하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는걸요. 사실 스패로우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요. 허둥지둥 쫓기다가 어디 걸려 넘어지다가 어디로 떨어지거나 날아가거나, 그러다가 항상 영화가 끝난 것 같은 느낌적 느낌밖에 없어요. =아니 이 사람. 나도 한 일이 꽤 많아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서는 해골이 된 비르보사 일족이랑 싸워서 블랙펄호를 되찾았고,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에서는 망자의 함을 지켜내고,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서는 싱가포르 해적 주윤발을 만나서… 어? 잠깐만. 그러니까 내가 거기서는….
-헷갈리시죠? 당연히 헷갈리죠. 제 주변의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세편의 제목과 내용을 제대로 연결짓는 사람이 없어요. 망자의 함이 블랙펄의 저주 같고, 세상의 끝에서가 망자의 함 같고. 차라리 <스크림> 시리즈 내용을 기억하는 게 더 쉬울 지경이라니까요. =그건 요즘 기자들이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런 거고. 말 듣자니 요즘 기자들은 인터넷 없으면 일 못한다면서? 옛날 기자들은 인터넷 없이 직접 열심히 자료를 모아서 기사를 쓰고, 웬만한 영화 내용은 다 기억했다니까.
-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요? =김혜리 기자한테 물어봐. 거기서 제일 오래 일한 기자가 김혜리 아니야? 그건 그렇고 ‘영화의 일기’에 <캐리비안의 해적> 이야기도 좀 쓰라 그래. 함선 나오고 남자 나오는 영화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말이지.
-함선만 나오고 남자만 나온다고 김혜리 기자가 좋아할 리가 있나요. 그분이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를 좀 좋아하시긴 하지만 그거야 감독인 피터 위어 덕분이고요. 그리고 이번주 ‘영화의 일기’에 스패로우씨 이야기 나온다니까요. =오, 칭찬 많이 했나.
-그건 직접 찾아보시면 되고요.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시리즈가 좋지 않다는 건 아닌데 왠지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한 느낌적 느낌이 있긴 합니다. 얼마 전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의 영화 스틸을 인터넷에서 찾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게 1편 스틸인지 2편 스틸인지…. 하여간 원하시면 조만간 김혜리 기자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잡아드리겠습니다. 대신 예의바르게 구셔야 해요. 김혜리 기자가 콱 깨물지도 몰라요. 얼마 전엔 오달수씨가 완전 깨물려가지고 병원에…. =오, 김혜리 기자도 인어족인가봐.
-인어는 무슨요. 해녀는 가능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