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가 대량 묻혀 있다는 캠프 캐럴의 카투사 출신으로 월화수목금금 일하며 일주일에 서너 차례는 야근 및 심야 (술집) 연장근무를 하는 이웃집 남자의 아내는, 예전 직장에서부터 가입해오던 본인의 국민연금(현재는 주부로 임의가입 중)을 해제하고 그 돈으로 남편의 생명보험을 더 들까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제 명대로 못 살 것 같아서란다.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주간 근무만 하는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2년 짧다”는 독일수면학회의 보고 내용도 고민의 불을 댕겼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9시 뉴스>만 보고는 알 수가 없었다. 유성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동그란 링)이 개당 1천원이라는 것과 파업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만 주야장천 나왔다. 파업은 밤에는 잠 좀 자고 일하자는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벌어졌다. 주야 맞교대에 따른 심야근무를 없애고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2교대로 나눠 일하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놓고 임금과 생산량에 대한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철야노동의 해악은 논쟁이 불필요하다. 제 명대로 살기 위해서라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
일터에서 집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민국 평균치의 일하는 아빠치고, 애 그림에 제 덩치대로 등장하는 사람 거의 없다. 손에 들린 인형만한 크기로라도 등장하면 고마울 정도다. 콩알만한 크기나 점 하나로 찍어놓는 아이도 있다. 한마디로 아빠가 없다. 그 자리를 오롯이 엄마가 메운다. ‘아빠 부재’라는 육아 환경에서 직딩맘이라면 고충은 이중삼중이다. 늘 바쁜 부모를 둔 아이의 가족 그림에는 장난감과 아이만 등장하기도 한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잠도 못 자는 근무 형태, 최소한의 건강과 가정 유지를 위한 단체행동조차 공권력에 짓밟히는 현실 속에서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거 너무도 당연하다.
이 와중에 검찰총장이 남자 검사는 집안일을 포기하고 일 하는데 여자 검사는 애가 아프다면 집에 간다고 대놓고 흉을 봤다. 남자 검사는 애가 아플 때 돌봐주거나 돌봐주려고 귀가하는 마누라가 있기 때문이겠죠. 대체 이런 인지적 무지, 무능함으로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가셨을까? 아, 그랬으니까 그 자리까지 가셨나? 새삼 소름끼치는 현실이다. 절대 애 더 낳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