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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차도녀에서 억척이로 내겐 자연스러운 변신

<헤드> 박예진

<헤드>의 열혈기자 신홍주는 납치된 동생을 구해야 하는 동시에 특종거리로 짐작되는 범죄사건의 실마리도 풀어가야 한다. 영화는 동분서주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음도 몸도 다 조급한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 이 여주인공은 홀로 뛰어다니며 사람들 사이를 헤쳐서 사건의 중심부로 진입해간다. <헤드>는 그런 신홍주의 일인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할을 박예진이 맡았다. 단독 주연을 맡은 그녀의 첫 번째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오랫동안 차가운 도시 여자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예능 프로그램과 코미디영화를 거치며 숨겨놨던 친밀함을 드러내더니 <헤드>에서는 그런 과거의 이미지들이 두루 섞여 있다. 오기와 독기와 막말을 겸비한 억척이의 모습까지 더해졌다. 그 박예진에게 <헤드>는 어떤 영화였으며 어떤 경험이었을까.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에 속한다. 여주인공 신홍주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일단 시나리오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 소재가 재미있었고. 역할이 나하고 잘 맞을 것 같았다. 물론 혼자 끌고 나가는 것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욕심을 조금 내고 싶었다. 억척스러운 건 잘 안 해봤으니까. 도도한 부잣집 딸이거나 아니면 청순가련형 등이 내가 해온 것들이어서 어떻게 보면 이 역할이 지금 내 나이와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청담보살> 이후에는 코믹한 배역의 제안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 역들을 거절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한 영화로 각인이 되면 그 비슷한 색깔이 많이 들어오고 새로운 역할의 캐스팅 제의가 줄어들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청담보살>을 하고 나서도 한쪽으로는 가벼운 로맨틱물이, 또 다른 쪽으로는 여전히 기존의 무거운 이미지가 담긴 역할들이 끊이지 않더라. 내 연기폭이 확 넓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면 답답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가 억지로 달라지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기회들이 찾아오니까 괜찮다. 자신에게 확실하게 좋아하고 잘하는 게 있다면 그걸 이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헤드>의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떤 점이 재미있었나. =상황 면에서 굉장히 긴박한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장면들 안에 상황 코미디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좀 있었다. 캐릭터도 잘 살아 있었고. 잘린 사람 머리를 들고 다니는 것이나 하룻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지만 주인공 홍주가 단독으로 여러 사람 사이를 주파하는 이야기라고 할 만한다. =맞다. 처음에는 그래서 내 무게감이 너무 큰 것 같아 겁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나 싶어서 했다. 여배우 혼자 이렇게 달려나가는 영화가 흔치는 않으니까. 내가 깨지더라도 이걸로 또 얻고 배우는 게 있겠지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했다.

-그런 점에서 기억에 남는 촬영분이 있을 것 같다. =잠깐 시간을 좀…. (웃음) 사실은 촬영한 지 오래되어서 기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아, 원신 원컷으로 꽤 길게 찍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홍주는 의문에 싸인 한 노인 병원에서 수십명을 상대로 혼자 격투를 벌인다.) 대단한 액션신은 아니지만 그렇게 긴 장면을 원신 원컷에 가는 건 처음 해봤다. 해지기 전에 끝내야 했는데 원신 원컷인데다가 현장에서 바로 액션을 배우고 또 외워서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문 액션인이 아니니까 몸으로 익숙해지지 않으면 머리로 외워도 잘 안되기 때문에 정말 많이 긴장하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장면에서 한손에 하이힐을 쥐고 많은 적들과 독하게 싸운다. 여배우로서 물리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 장면이다. =그렇지만 나는 물리적으로 그 장면에서 내가 더 힘들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하게 말하면 시나리오상에서는 추격과 액션의 느낌이 더 살아 있었다. 그게 촬영에서 더 나오면 좋았을 텐데 현장의 현실적인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좀더 공들여 찍고 싶었는데도 못한 부분들이 있다.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한발 떨어져서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전과는 다른 면도 보일 거다. =감독님은 시나리오보다 영화상에서 더 일상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좀더 숨돌릴 틈이 없어야 하지 않았을까 했다. 뭐냐 하면 여유를 부린다고 할까, 홍주가 어느 순간 사건을 잊어버린 애처럼 구는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거다. (웃음) 물론 그 대신에 나사가 좀 풀어진 것 같은 홍주의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그려지긴 했다.

-동생이 인질로 잡혔는데 누나(홍주)는 자주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다. (웃음) =동생을 구하러 나섰는데 기자로서의 취재가 주목적이 된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찍으면서 어떤 경우에는 나는 엔지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괜찮다고 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선배 기자(데니안)와 차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 어느 순간 보면 홍주가 여유를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감독님이 전체적인 그림을 그렇게 그린 거니까 최대한 존중해야지. (웃음)

-열혈기자이다 보니 대사나 행동들이 드세다. 그런 것과 관련하여 흥분되거나 재미있었던 순간이 있었나. =아무래도 계속 뛰어다니고 몸의 액션이 일어나니까 내 정신도 거기에 맞춰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실제 뛰고 달리고 쫓고 쫓기는 걸 찍을 때가 그랬던 것 같다.

-앞으로도 물리적으로는 피로하지만 영화적으로는 박진감있는 그런 역할을 해볼 생각인가. =그만한 매력이 있다면 물론이다. <헤드>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내가 더 고생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거다. 내 몸이 더 고생해서 영화가 나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 어쩌면 내가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그런 몸고생할 수준을 혼자서 너무 높게 잡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웃음)

-마지막 장면에서 백윤식이라는 배우와 대적한다. 이런 장르에서 워낙 상징적인 배우인데 그와 함께 일해본 느낌은 어떤가. 상대배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연기라 본인의 입장에서도 주고받는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일단은 마냥 좋았던 게 대선배님이고 카리스마 있으시지 않나. ‘아우, 나 그분 앞에서 잘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사실 그것보다는 다른 게 더 있었다. 내가 영화에서 혼자 찍는 장면이 많지 않나. 사실 그게 가장 두려웠다. 슛 들어가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거다. 상대방하고 대사를 주고받으면 시너지도 생기고 확신도 생기는데 혼자 찍고 있자니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헛갈리고 외롭더라. 감독님이 계시지만 감독님은 배우 외에도 여러 가지를 보셔야 하니까. 그 장면에서는 같이 찍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상대가 백윤식 선생님이니까 더 든든했다. 초반에 혼자 많이 찍고 거의 마지막에 백정(백윤식)하고 붙었는데 그런 장면들이 많았다면 초반부터 조언도 구하고 했을 것이다. 다른 배우와 대사 주고받는 게 얼마나 그리웠는지. 오죽하면 내가 들고 다니는 오달수 선배님 머리만 봐도 반가울 정도였겠나! (웃음)

-대체로 영화를 선택할 때 어떤 점에 잘 끌리나. =상황마다 다르다. <청담보살>은 예능을 한 덕에 우연히 온 기회인 것 같다. 예능을 안 했으면 그런 장르를 할 기회가 아예 안 왔을 거다. 예능을 한 것이 오히려 플러스가 된 거다. 배우들이 예능을 하면 자기 이미지에 위험한 경우가 좀 있는데 나는 그전에 워낙 무거운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예능으로 오히려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청담보살>이 끝나고 나서 몇년을 쉬지 않고 달린 것 같다. 그러다 몇달 쉬면서 문득 배우로서 무게감있는 역할을 다시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마침 <헤드> 시나리오를 보고 하게 된 거다. 장르영화에 특별한 애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지금 촬영 중인 차기작이 있다고 들었다. =라희찬 감독의 영화 <미스터 아이돌>이다. 김수로, 지현우, 임원희, 주진모, 고창석, 이런 빵빵한 분들하고 같이 한다. 촬영은 한달 정도 남았는데 내 촬영 횟수는 더 늘었다. 전체 57∼58회 중에서 50회를 나오니까 주야장천 나오는 거다. (웃음) 아이돌 시장에서 아이돌 프로듀서 역할이다. 팡팡 튀고 시끄러운 그런 영화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다. 장르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코믹드라마? 8, 9월 정도에 보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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