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강도원이라 불릴 정도로, 저축은행 하나도 감독 못하는 금융당국이 과연 메가뱅크를 감독할 수 있을까. 지분 매각 방안이 확정된 우리금융 인수에 산은금융지주가 유력, 아니 유일하게 나섰다.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면 국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인데, 다른 건 몰라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우리가 좀 알거든? 금융기관들이 무분별한 인수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를 없애고, 온갖 금융공학을 동원해 위험천만한 파생, 변종 상품들을 낳으면서 수익을 부풀렸다가 한방에 훅 간 거잖아. 대체 무슨 경쟁력?
우리금융 매각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세 가지 명분을 내세운다. 근데 뭐 하나 들어맞는 게 없다. 강만수 아저씨가 이끄는 산은금융은 100% 정부 지분의 국책은행이다. 한마디로 정부 돈 들여 돈 벌고(민영화) 돈 찾아온다(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는 논리이다. 기묘하다. 게다가 대형화는 대세에도 어긋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줄줄이 쓰러진 곳은 매머드급 금융기관들이었다. 그 결과 미국 오바마 아저씨는 지난해 금융기관들의 대형화를 제한하고 상업은행 영역과 투자은행 영역을 어느 정도 분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메가뱅크론은 강만수 아저씨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주창했던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 때 쑥 들어갔다가 이번에 다시 부활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출신 고위직들의 퇴임 뒤 자리를 만드는 차원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으로도 설명하지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방침이 산은에 맞춤형인 걸 보니 ‘강만수의 힘’이 새삼 확인된다. 나는 이 아저씨의 치명적인 매력이 뭘까 늘 궁금했다. 과묵하고 코가 빨갛고, 기득권 만능주의자라는 것 이상의 무엇.
얼마 전 한국은행에 전국 은행장들이 모였다. 강만수 아저씨는 산은금융그룹 회장이기도 하지만 산업은행장이기도 해서 그 자리에 참석했다. 기자들이 경제현안을 묻자, 딱 한마디 했다. “그런 건 이 집 주인에게 물어보라”. 와우. 자기는 그야말로 한은 총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분이라는 것이지. ‘권력의 격’이 느껴지는 ‘네가지’ 없는 말투. 이거였어? 정치 형님은 이상득, 경제 동생은 강만수라는, 그들의 진한 형제애. 혹은 오만.
부디 서민들이 맡기고 빌린 푼돈까지 위협하는 방식으로 패밀리의 우애를 나누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