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은 이탈리아 카피 모델이다. 2007년에 이탈리아 자전거 브랜드인 비앙키, 지오스 미니벨로와 닮은 일본산 미니벨로를 구입하면서 카피 인생이 시작되었다. 자전거 디자인의 핵심은 프레임인데 내가 산 저가형 모델(그래도 32만원!) 프레임은 이탈리아산과 꼭 닮았다. 처음에는 좋았다. 비록 카피 모델이었지만 충분히 예뻐 보였다. 100만원짜리 자전거를 살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만족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아쉬움이 밀려왔다. 자전거를 끌고 한강 공원에 나갈 때마다 고급 기종이 슥슥 지나가면 어쩐지 초라해졌다. 자전거를 모르는 사람들은 “와, 자전거 예쁘네요”라고 꼬박꼬박 칭찬을 해주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건 비앙키 카피 모델이에요”라고 꼬박꼬박 대답했다.
이탈리아 사랑은 두 바퀴 인생의 2막에서도 이어진다. 남산 꼭대기에 위치한 지금의 <씨네21> 사무실로 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3월 눈오는 날에 충동적으로 스쿠터를 구입했다. 맙소사. 가격 비교도 하지 않고 말이다. 최초의 위시리스트에는 많은 사람들을 스쿠터의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이탈리아산 베스파를 올려두었다. 역시 문제는 가격이었다. <로마의 휴일>에 나올 법한 오래된 중고 모델이 100만원 정도였고 신품은 300만원에서 500만원을 호가했다. 결국 이번에도 대만산 카피 모델을 선택했다. 이 카피 모델 스쿠터는 앞에서 보면 베스파 디자인과 꼭 닮았다. 앞태는 예쁜데 뒤태는 꽝이다. 가끔 신호 대기 중일 때 베스파를 탄 사람이 옆에 서면 그것만큼 부끄러울 때가 없다. 슬금슬금 뒤로 가서 버스 옆으로 숨거나 어서 초록불이 켜지기만을 기다린다.
이탈리아 사랑은 끝도 없다. 한참 새벽잠을 쫓으며 집에서 기사 마감을 하려던 찰나 문득 떠오르는 유튜브 동영상이 있었다. 그것은 람보르기니 정모 동영상이다. 이탈리아 베로나 근처에 있는 한 저택의 정문을 나서는 색색깔의 람보르기니 스포츠카가 40대가량 줄지어 등장한다. 정신줄을 놓고 그 어마어마한 광경을 봤다. 두 바퀴에서 네 바퀴 운송수단에까지 이탈리아 사랑은 전이되었다. 물론 람보르기니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가격의 물건이며 아쉽게도 카피 모델도 없을 게 뻔하다.
한없이 찌질한 이탈리아 앓이를 털어놓고 나니 이탈리아 따위는 잊고 마감이나 성실히 할까 싶은데 이탈리아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 AC밀란의 경기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아무도 관심없겠지만’ AC밀란은 7년 만에 스쿠데토(방패 모양의 우승 배지)를 차지했다. 포르자, 밀란! 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