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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자국 시장 힘만 믿으면 안되지

중국 영화인 외면 속 열린 베이징국제영화제의 진로는…

제 1회 베이징국제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은 성룡과 장쯔이.

지난 4월23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에서는 제1회 베이징국제영화제가 열렸다. 하지만 행사 자체는 그다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불과 두달 뒤에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상하이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상하이영화제가 경쟁 영화제인 반면, 베이징영화제는 비경쟁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영화제 모두 필름마켓이 열리고, 주최 또한 중국의 영화, TV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이다(상하이시와 베이징시가 각각 공동주최로 참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베이징국제영화제의 정식 중국어 명칭이 베이징국제전영계(北京国际电影季)이다. 영문으로 옮기면 ‘Beijing International Film Season’이다. 상하이국제영화제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했던 듯하다.

베이징영화제는 개최일자가 각기 다른 기존의 베이징 스크리닝, 베이징대학생영화제, 베이징민족영화제, 베이징청소년공익영화제 등을 한자리에 모으고, 베이징 필름파노라마, 베이징 필름마켓, 영화음악 콘서트 등의 행사를 추가로 신설한 영화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수긍할 만한 측면이 있다. 첫째, 베이징이 중국 영화산업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화이형제(華誼兄弟), 보나(博納) 등 주요 제작사가 베이징에 대부분 몰려 있다. 그런데 정작 이들 대형 제작·배급사들은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참가하지 않았다.

두 번째,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의 영화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60억위안이었던 극장 매출이 2012년에는 200억위안으로 전망될 정도로 중국의 영화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으며,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매년 평균 30%씩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도 놀랄 만하다. 중국의 11차 5개년 계획 중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베이징 외곽의 화이로우에 총면적 53만3360㎡, 건축면적 15만㎡의 부지에 약 20억위안을 들인 디지털기지를 2008년 완공했다. 16개의 스튜디오 중 5000㎡의 11번 스튜디오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수에 비해 적었던 극장 역시 급속도로 늘고 있으며, 특히 3D 상영관은 2010년에 1600개를 넘어섰다. 제작 편수는 2010년에 500편을 넘어서서 이제는 인도, 미국 다음의 생산대국이 되었다. 이러한 중국 영화산업의 성장은 홍콩과 대만의 영화인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하에 야심차게 출발한 베이징국제영화제는 정작 중국 영화인들의 외면 속에 열렸다. 4월23일 국가대극원 (国家大剧院)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은 배우 성룡장쯔이, 판빙빙과 펑샤오강 감독 등을 제외하고는 중국, 할리우드영화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4월24일에 세계의 주요 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영화제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토론을 한 포럼에 해외 참가자들이 더 많이 모였다. 발제자로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마르코 뮐러(베니스), 카메론 베일리(토론토), 세르주 로직(몬트리올), 톰 요다(도쿄) 등이 참가했다. 베이징필름마켓은 필름마켓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스탭들이 대다수였다.

때문에 베이징국제영화제의 출발은 일단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도쿄영화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거대한 자국시장을 가지고 있는 영화제들은 영화제의 역량에 상관없이 생존해나갈 가능성이 많다. 중국에서 영화제의 수준은 그 다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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