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떨어지는 계절에 딱 맞는 독서 처방전이라면 역시 ‘일상의 미스터리’ 계열이 아닐까. 명칭 그대로 일상적인 사건을 파고드는 주인공의 모험담이 주를 이루는데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오싹하게 평범함의 이면을 휘젓는다. 맑고 고요하던 작은 연못이 흙탕물이 되는 광경과 비슷하다. 대개 단편집이 많기 때문에(너무 소소해서 장편으로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 낱개포장된 초콜릿을 까먹듯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읽으면 부담이 없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사건의 성격이나 해결 과정이 아기자기한 데가 있다. 주인공은 재벌 2세 여형사. 그의 상관 역시 은색 재규어를 몰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왜 형사를 하느냐고, 현실의 형사들은 미간에 내천자 주름부터 잡을지 모르지만 낙관적이고 근심걱정없는 이 남녀는 사건현장에서 열심이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원래 프로야구 선수나 탐정이 되고 싶었다는, 여형사 호쇼 레이코의 전속 기사이자 집사인 가게야마다. 현장을 누비는 것은 호쇼, 안락의자 탐정처럼 사건 현장과 목격자 증언만을 듣고도 진상을 파악하는 역할은 가게야마. 철없는 아가씨와 진지한 젊은 집사의 미스터리 풀이. 형사들이 등장하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해맑음에 기인한다. 2011년 서점대상 1위.
<고운초 이야기>는 64살 먹은 할머니가 주변의 수상한 사건에 개입하는 이야기를 묶었다. 미스 마플을 떠올리게도 하는 소우 할머니는 “매일 아침 기도 드리는 관음상이, 그리고 강가에 계신 조상신이, 교차로의 지장보살님이 보고 있어. 무엇보다 오래전에 저세상으로 간 아들이 보고 있지”라는 도덕관념의 소유자다. 두 소설 다 일상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지만 엄격히 구분하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본격 미스터리, <고운초 이야기>는 사회파 미스터리쪽이다. 퍼즐풀이가 좋다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인간미를 맛보고 싶다면 <고운초 이야기>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