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의 에이미 폴러(왼쪽 세 번째).
“가장 영리한 TV코미디.” 2011년 2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NBC>의 시트콤 <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의 출연진 7명을 표지에 등장시키며 이같은 촌평을 덧붙였다. 미드를 열심히 챙겨보는 시청자라면 <오피스> <모던 패밀리> 등으로 익숙해졌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만들어지는 이 시트콤은, 포니라는 가상의 소도시를 무대로 삼아 거대한 구덩이를 시민공원으로 만들려는 시청 공원과 직원들의 노력과 일상을 그려낸다.
주인공은 포니 시청 공원과의 넘버투 레슬리 노프(에이미 폴러)다. 상사인 론(닉 오퍼먼)을 비롯한 나머지 동료들이 뻔뻔함과 귀차니즘으로 무장한 전형적인 관료제의 기생충들이라면 매사에 자신만만한 레슬리는 공무원임을 사랑하고 또 자랑스럽게 여기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성공한 여성 정치인들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사무실에 장식해놓은 소녀 같은 면모도 있다.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매사 열심인 레슬리는 이 시트콤의 중심이다. 세상이 레슬리의 의지와 반대로 돌아가도, 사사건건 장애물과 반대에 부딪혀도, 레슬리는 칠전팔기 불굴의 정신으로 공원 만들기와 시민봉사에 앞장선다.
그리고 그 순박한 직업정신에 시청자는 어느새 레슬리 편에 서서 공원의 건설을 응원하게 된다. 말해 무엇하랴, <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은 레슬리 노프, 아니 에이미 폴러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아담한 체구에 오목조목 그려놓은 듯 분명하게 생긴 외모로, 힐러리 클린턴에서부터 다코타 패닝까지 빙의한 듯 감쪽같이 복사해내는 에이미 폴러는 <30록>의 티나 페이, <Fucking Matt Damon>의 사라 실버먼과 더불어 미국 코미디계의 3대 여신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 셋은 여신으로 분장하고 <베니티 페어>의 표지모델로 나선 적도 있다. 티나 페이를 절친한 친구로, 코미디 배우 윌 아넷을 남편으로 둔 에이미 폴러는 <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을 선택하기 전까지 7년하고도 6개월을 스케치 코미디의 명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무대에서 보냈고, 그전에는 ‘세컨드 시티’, ‘임프로브올림픽’ 등의 코미디극장에서 즉흥연기를 익혔다.
폴러는 코미디언이 아닌 배우로서의 경력을 쌓기 위해 <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을 선택했고, 오랜 즉흥연기의 경험은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된 훈련이었다고 말한다. 무대 위에서의 즉흥연기는 배우에게 연기는 물론 연출, 편집까지도 요구하는 집약적인 과정이라는 것. “임프로바이징(즉흥극)의 베테랑”이라고 불리면서도 폴러는 무대를 떠나 카메라 앞에 서는 기회를 기다려왔다. 폴러의 설명에 따르면 즉흥극은 볼륨을 최고로 높이고 질주하는 오픈카다. 무대 위에서 늘 그렇게 흥분과 긴장을 유지해야 하기에 모든 톤을 낮추고 연기할 수 있는 <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의 레슬리 노프가 폴러에게는 매력적인 기회였으리라. 그리고 그 기회는 ‘2011년 <타임>이 선정한 100인’에 에이미 폴러를 입성시켰다(맞다. Rain도 오른 그 리스트다). <파크 앤드 레크리에이션>에서 깐죽깐죽 얄미운 부하직원 톰 해버포드 역할을 귀신같이 소화하는 코미디 배우 아지즈 안사리는 그에 대한 평을 이렇게 남겼다. “내가 에이미 폴러를 얼마나 존경하고, 그의 연기에 감탄하는지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언제나 새롭고 기대를 뛰어넘는다. 나의 영웅이다.” 아마 에이미 폴러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내일의 코미디언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