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그 여자의 뻥과 그 남자의 이기심
이화정 장영엽 2011-05-19

<내게 거짓말을 해봐>

<내게 거짓말을 해봐>

연출 김수룡, 권혁찬 | 각본 김예리 | 출연 윤은혜, 강지환, 성준, 조윤희, 박지윤 | 5월9일부터 월·화요일 밤 9시55분 |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씨네21>이 엄선한 신작 드라마 중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작품이다. 이유를 알고 싶다면 줄거리부터 들어보자. 첫사랑에게 차인 5급 공무원 공아정(윤은혜)이, 자존심을 세우려고 우연히 알게 된 일류호텔 대표이사 현기준(강지환)과 결혼했다며 주변에 말해버린다. 이를 알게 된 기준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가짜 결혼 소식을 자기 편한 대로 이용하려 한다. 두 남녀의 거짓말이 커지고 주변 인물들이 이 결혼 사기극에 휘말리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정석 공식- 엉뚱하지만 정감가는 여주인공과 완벽하지만 까칠한 남주인공의 티격태격- 을 충실히 따르려 한다는 건 자명해 보인다. 작품명 또한 20세기 한국 문단에 일대 소란을 일으켰던 소설 제목과(는 아무런 내용적 연관이 없으나) 겹친다. 좋게 말하면 친근하고, 나쁘게 말하면 익숙한 레퍼토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작품이라는 우려에 대한 주연배우 윤은혜의 항변은 이렇다. “내게 들어오는 작품의 80%가 로맨틱코미디다. (중략) 나만의 욕심에 굳이 변신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많은 분이 내게서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처럼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비록 익숙할 순 있어도 관객에게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캐릭터와 소재를 대중적으로 버무리는 정공법을 시도한다. 따지고 보면 <파리의 연인>이나 <시크릿 가든>도, 늘 되풀이돼왔던 일장춘몽의 사랑이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잖은가. 결국 문제는 대중이 보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요소들을 나열하고 조합하는 ‘구성력’에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강신일, 이경진, 권해효 등 노련한 조연배우가 대거 등장해 이야기의 결을 살릴 예정이다. 아정에게서 첫사랑을 빼앗은 친구 소란 역의 홍수현이나 기준의 호텔 매니저 박지윤, 기준 형제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윤주 역의 조윤희 등 주인공 남녀의 주변 인물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야한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로맨틱코미디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한 보기처럼 보이지만, 그게 정답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가장 많은 내공이 필요한 작품이다.

UP_엉뚱하고 귀여운 여자, 잘생긴 까칠남 연기는 윤은혜-강지환의 주특기. DOWN_청춘남녀들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는 전 국민이 전문가. 예측을 넘어서는 전개가 필요하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