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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존중심이 느껴지는 <오월愛>

영화가 시작되면 암전된 화면에 자막이 뜬다. “1980년 5월18일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은 정권 찬탈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최정예 부대인 공수부대를 광주에 파견했다.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한 80만 광주시민들은 총을 들고 저항했고 아름다운 자치 공동체를 만들어갔다. 10일간의 항쟁은 모든 광주시민에게 아픈 기억과 상처를 남겼다.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기까지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5·18에 관한 기록은 정교해졌지만 기록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다.”

<오월愛>는 그때 그 시간의 주역이었으나 지금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만난 다음 그들의 말을 경청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했던 젊거나 어렸던 청년과 여고생들, 그들을 잃은 부모들, 목회자 혹은 군인. 그들은 30년의 나이를 먹었고 지금은 중국집을 운영하고 화원을 가꾸고 날품팔이를 한다. 다양한 일을 하며 다양하게 살아간다. 영화는 그들이 전하는 기억과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것에 의지해 진전해나간다.

<오월愛>에서 인상 깊은 건 어떤 단체에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생생하게 그때를 돌아보면서 사는 이 사람들이며 그들이 기억을 부르는 갖가지 개별의 사례들이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죽을 때까지 말하지 말자, 암이다. 암”이라며 기억을 더듬기를 회피하던 할머니는 결국 말문을 연다. 1980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자신을 안전하게 인도해주었고 그 뒤로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생명의 은인이 결국 그때 그 자리에서 망자가 되었음을 30년 뒤에 알게 된 한 중년의 여인은 고마움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끝내 카메라에 얼굴을 드러내기를 거절한다.

영화에는 두 사람의 내레이터가 등장한다. 한쪽은 광주항쟁의 외부에 속하는 사람이며 또 한쪽은 정확히 그 안에 위치했던 사람이다. 연출자는 관객이 그 안과 밖의 시선을 따라 능동적으로 영화 속의 역사적 사건을 볼 수 있기를 원한 것 같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연쇄의 끈을 형성한 다음 그들의 말들을 담아내고 그 말들을 다시 일종의 작은 주제들로 묶고 풀면서 큰 주제를 자연스럽게 감싸안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그게 다소 평범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전반적인 시선은 유심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그때 그 자리의 사람들을 투사가 아니라 생활인의 정서로 최종 받아들이려 했다는 점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존중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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