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회사 안 간 아비랑 놀러나간 사이, 소파 방정환 선생께 새삼 감사드리며 뒹굴다 어린이를 돌보는 이의 날도 정했으면 했다. 나는 그래도 육아 동반자가 있지만, 혼자서 애 키우는 이들은 어떨까 궁금하고 미안해졌다. 살다보면 괜히 미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한 정엽(유 아 마이 매애앤, 낫싱 베러 댄 유), 해외 입양인들, 어린이날 특집에서 뽀로로, 디보, 뿡뿡이, 번개맨과 함께 무대에 선 시각장애 어린이들, 그리고 누구보다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 장애아 부모의 이혼율은 일반 부모보다 7배나 높다고 한다. 어련할까. 장애아동에 대한 지원은 아동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사이에서 왔다리갔다리 생색만 낼 뿐 부모나 가정이 모든 걸 감당한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제대로 된 공동체라면 최소한 장애아동의 보육·교육, 재활치료는 도와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자동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와중에 난데없이 총리가 나서서 내년부터 만 5세아를 둔 모든 가정에 월 20만원씩을 지원한다고 공표했다. 지금까지는 소득수준 하위 70%인 가정까지만 지원대상이었는데 이를 소득에 상관없이 전 가정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교육, 보육 내용도 일원화한다며 ‘의무교육 확대’라고 내세웠다. 맥락도 실효도 의심스러운 졸속 정책이나, 대놓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아서 그럴 수도 있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원한다니 조심스럽기도 한 것 같다. 내 아이도 해당되지만 나는 거부하고 싶다. 모든 복지는 예산에 앞서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특히 보편적 복지라면 필요와 공감과 그에 따른 전략이 세밀히 검토돼야 한다. 대체 이번 만 5세아 교육비 지원 확대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의문이다. 4·27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과 내년 총선, 대선을 겨냥한 ‘매표 행위’임이 분명한 이런 식의 복지는 온당치 않다.
4년 넘도록 수많은 설계와 검토를 하고 가까스로 발의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은 해가 바뀌어도 법안심사조차 못하고, 아니 안 하고 있다. 필요성도 공감대도 뚜렷하고 무엇보다 해당 아이들에게 당장의 급한 불인데도 보건복지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발을 뺀다. ‘매표 복지’에 보인 과단성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실효 복지’에 적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