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탄생 이후 영화는 줄곧 마술적 환영을 자아내는 도구였다. 몇분이 채 안되는 짧은 영상에 담긴 움직임의 마술은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내기 충분한, 당대 최신 기술의 집합체였던 것이다. 100년의 세월이 흘러 오늘날 영화 기술은 드디어 <허블 3D>에 도착했다. 아이맥스 3D 카메라가 스크린 위에 쏟아붓는 우주는 지금 이 시점 영화가 재현할 수 있는 환영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2009년 우주망원경 ‘허블’의 마지막 수리와 업그레이드 작업을 위해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STS-125’는 광활한 우주를 향해 출발한다.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놀라운 우주의 이미지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구현하고 싶었던 아이맥스사의 공동창업자 토니 마이어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2년 이미 <우주 정거장 3D>를 제작하며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낸 바 있던 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이 꿈의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허블망원경의 수리를 위해 우주로 떠날 아틸란티스호에 370kg이 넘는 아이맥스 3D 카메라가 실렸고, 7인의 우주 비행사들은 8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직접 아이맥스 카메라로 자신들이 경험한 우주의 진짜 얼굴을 촬영해왔다.
허블망원경은 그야말로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는 인간의 욕망과 눈을 대변한다. 우주의 심연, 그 이미지의 온전한 포착에 도전하는 그 모습은 아이맥스와 3D가 구현하고자 하는 영상 재현의 욕망과 닮았다. <허블 3D>는 영화 안팎으로 무한한 우주의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데, 그야말로 포착하고 재현하는 기술의 최전방에서 재현된 경이로운 우주 이미지들은 관객이 직접 우주를 탐험하는 듯한 환상을 안겨준다. 사실 이 영화가 담아낸 진짜 우주의 얼굴은 약 8분 남짓에 불과하다. 우주왕복선에 실을 수 있는 아이맥스용 필름의 분량이 그 정도가 한계였기 때문이다.
대신 <허블 3D>는 오리온 성단부터 은하계를 넘어선 성운들까지 20년 동안 허블망원경이 바라본 우주 이미지들을 3차원 우주비행 시뮬레이션을 통해 3D 영상으로 구현한다. 깊은 공간감으로 실제 우주를 거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이 3D 시뮬레이션 영상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촬영분량을 대신하고자 제작되었지만 오히려 우주비행사들이 아이맥스 카메라가 담아온 실제 영상과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 깊이를 더한다. 다만 즐거운 영상 체험임에는 분명해도 현재적 의미에서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정의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허블 3D>가 도달하는 영역은 차라리 초기 영화들의 마술적 성취와 닮았다. 적어도 지금까진 우주에 직접 가는 것 외에는 이 영화가 전하는 마법의 환상을 깨뜨릴 실감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화제가 된 안철수 교수의 내레이션은 은근히 이런 분위기와 어울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