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6일까지 /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 출연 김지우, 선데이, 린아, 김산호, 이창용, 김재만, 임기홍, 전아민 등 / 02-738-8289
최근 뮤지컬계를 강타한 키워드는 추억의 가요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로만 만들어진 <광화문 연가>가 끝난 자리를 <젊음의 행진>이 이어 행진 중이다.
90년대 추억의 만화 <영심이>를 기억하는가? 천방지축 오영심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쫓아다니던 어수룩한 경태와는 어떻게 됐는지.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서른셋 영심이의 이야기다. 왕년의 스타 형부와 함께 기획한 <8090 콘서트 젊음의 행진> 리허설 현장. 서른셋 영심은 여전히 실수도 많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가수는 사라지고, 급기야 대형 정전 사고가 터진다. 화난 관객은 영심이에게 원성과 분노를 쏟아낸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다. “영심이 넌 내 거야”라고 외치던 왕경태가. 이들의 만남과 함께 무대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대는 천방지축 여고생 영심이와 서른셋 콘서트 기획자 영심이를 오가며 드라마를 엮는다.
극을 이어주는 매개물은 80~90년대 히트곡. 당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제목에서 이미 눈치챘겠다. <젊음의 행진>은 오늘날의 <쇼! 음악중심> 같은 인기 쇼프로그램. 당대 <젊음의 행진> 톱10에 들었던 가수들의 곡들이 무대를 휘젓는다. <공부합시다>(윤시내), <날개 잃은 천사>(룰라), <흐린 기억속의 그대>(현진영), <보랏빛 향기>(강수지), <오직 하나뿐인 그대>(심신) 등. 추억 속 노래들이 세월의 두께로 딱딱해진 감성을 일순간 터트린다. 이 지점이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최고 미덕이다. 에피소드에 맞춰 흐르는 노래들, 당시 무대의상과 안무까지. 따라 흥얼대던 관객은 어느덧 시간여행을 떠난다. 마치 그 시절 <젊음의 행진> 콘서트 현장에 온 것처럼. 막이 내린 뒤 가장 또렷하게 남는 효성여고 퀸카 상남. 2007년 초연부터 늘 함께라는 상남 역의 배우 전아민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만나도 반가울 배우다.
만화 <영심이>의 인기 이유는 ‘공감’이었다. 공부 못한다 구박받고, 동생과 언니에게 치이고,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 그 평범한 인생이 나랑 닮아 안쓰럽고, 또 응원하고 싶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 구조가 단단하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행동 하나하나, 부르는 넘버 하나하나에 마음이 간다.
8090 그 시절로의 타임캡슐 여행을 꿈꾼다면, 그 시대를 간접체험하고 싶다면 쥬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