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팬들이 올해 가장 기다리는 공연 중 하나가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바로 그것.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9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누구는 말러 9번을, 누구는 브루크너 9번을 듣고 있을 테고 누구는 티켓 값을 모으고 있겠지만, 이 책을 읽는 것도 의미있는 준비가 될 듯하다. 나치 추종자인가 나치 저항자인가라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의 전기인 <푸르트벵글러>를 쓴 헤르베르트 하프너의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그 책이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을 이끌어간 주요 지휘자들을 시대순으로 살피며 그들의 개성과 그들이 낳은 베를린필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베를린 필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갖춘 한스 폰 뷜로는 선교사로, 음악과 정치라는 이슈로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는 음악의 신으로, 레코딩 역사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미디어의 제왕으로 명명되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최고 지휘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찬반이 갈리는 현재 베를린 필의 수장인 사이먼 래틀도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한스 폰 뷜로와 아르투어 니키슈라는 두 인물이 악보의 충실한 재현과 지휘자의 감성에 따른 해석이라는 상반된 이슈로 초기 베를린필을 이끌었던 대목은 오늘날 스타 지휘자들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때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급료를 받던 베를린필 단원들이 권익 보호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는 과정도 알 수 있다. 베를린 필의 역사 자체가 20세기 클래식 음악사를 압축해놓은 듯한데, 전쟁과 레코딩이라는 두 이슈와 더불어 브루크너와 말러, 쇼스타코비치가 유럽에서 초연되고 자주 연주되며 인기 레퍼토리가 되기까지의 과정, 지휘자의 역할이 발전해가는 과정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